집을 나가 배회하다 우거진 수풀에 쓰러져 있던 치매 노인이 100여개의 CCTV를 추적한 경찰의 수색 끝에 실종 40여 시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23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8시 40분께 치매를 앓는 A씨(78·여)가 가족이 없는 틈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제주시 화북동에 있는 집을 나선 뒤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였다.
경찰은 즉시 A씨 주거지 주변 폐쇄회로(CC)TV 100여대를 분석해 그가 집을 나온 뒤 버스에 탑승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제주 시내의 한 정류장에서 내려 배회하다 또다시 다른 버스를 타고 화북동으로 돌아와 다시 건입동 사라봉을 향해 걸어가는 등 버스 승차와 하차를 세 차례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마지막으로 하차한 정류장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색을 벌였다.
신고 접수 40여 시간만인 20일 오전 11시께 경찰은 제주시 화북1동의 수풀 속에 쓰러져 있던 A씨를 발견해 119구조대에 인계했다.
구조 당시 A씨의 체온은 34.7도로 저체온증 위험이 있어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경찰은 A씨가 집을 찾아 헤매다 돌담에 걸려 넘어진 뒤 그 자리에 계속 쓰러져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치매 노인 등 실종자가 발생하면 신속히 수색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보호자들은 위치 추적을 위한 배회 감지기 등을 구입해달라”고 당부했다.
배회감지기는 손목시계 형태의 위치추적기로, 착용자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알림 전송 등이 가능해 치매 환자의 초기 실종 때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치매 등으로 거리를 배회할 위험이 있는 국민은 전국적으로 14만명에 이르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배회감지기 보급률은 3.4%에 불과하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치매 노인 실종 신고 건수는 1만4527건에 달한다. 올해는 상반기 접수건만 7017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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