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가 최근 중동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산유국인 중동에서도 전기·수소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사우디 등에서 여성 운전이 허용되며 차량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에어프로덕츠쿼드라, SAPTCO, 한국자동차연구원과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어프로덕츠쿼드라는 중동 지역 개발 투자 회사이며 SAPTCO는 사우디 버스 공영 운송 업체다. 현대차가 수소 모빌리티를 SAPTCO에 판매, 대여해주는 등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중동에 구축하기 위한 MOU다.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이 친환경차 투자를 늘리는 것은 석유 의존적인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블루수소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중동 국가들도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수소차 기업인 현대차와 손을 잡으며 수소 경제 확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 중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에서는 총 229만 대 차량이 판매됐다. 현대차가 8.0%(18만2934대), 기아가 6.2%(14만1505대)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동에서 2030년까지 55만 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올해부터 연평균 6.8%씩 판매를 늘려 2030년 2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반제품조립(CKD)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도 22일 체결했다. 2026년 양산 목표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모두 생산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중동 지역 자동차 공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한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타결하며 자동차 관세가 철폐된 점도 중동 사업 확대를 위한 청신호다. 자동차에 대한 UAE 관세는 현재 5%인데 이 관세를 10년 내 철폐하기로 했다. UAE가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과는 무역 협정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이 시장을 선점할 주요한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도 사우디내셔널오토모빌스(SNAM)와 부품 공급 체결을 맺었다고 23일 밝혔다. 생산 규모는 양산 개시 후 렉스턴 스포츠&칸 등 총 16만9000대다. KG모빌리티는 올 초 UAE의 NGT사와 수출 계약을 맺고 올해 7000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중동으로 한국 자동차 기업 진출이 확대되는 것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 성장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하주연 지역협력실 차장은 “오래전 ‘중동 붐’ 시절부터 건설, 인프라, 방산 등 기업이 중동에 진출하며 한국 기업과 비즈니스 신뢰도가 꾸준히 쌓여 왔다”며 “이런 신뢰가 중동 국가들이 한국 자동차 기업과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적극 협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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