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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 조웅, 첫 솔로음반…”손으로 짠 울 스웨터 같은 음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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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등지서 곡 작업·장종완 작가 커버 이미지…아날로그 테이프로 레코딩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조웅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이번 앨범의 특징이요? 손으로 짠 울 스웨터 같은 음악입니다. (공장제) 공산품 같지 않은 그 무언가죠.”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리더 조웅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첫 솔로 음반 ‘슬로우모션’에 대해 “요즘 대중음악은 잘 안 하는 프리템포의 음악”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이번 앨범에 담긴 것은 가벼운 포크 음악은 아니다”라며 “작품의 의도는 ‘가깝게 포착한 소리’로, 리듬과 진동을 들려주는 데 집중했다. 이 때문에 조용한 방에서 헤드셋으로 들으면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슬로우모션’에는 타이틀곡 ‘외롭고 시끄럽고 그리워’ 등 14곡이 빼곡하게 담겼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음악과는 달리 기타와 보컬이 위주가 돼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현대미술 작가 장종완이 그린 커버 이미지는 음악에 신비로움을 더했다.

음반 수록곡 대부분은 가창 대신 1∼2분의 후주로 여백을 뒀다. 팀의 드러머 유주현과 호흡을 맞춘 ‘유주와 조웅’은 아예 가창 하나 없는 순수 연주곡이다.

녹음실에서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다 조웅은 쏟아지는 피로에 기타를 안고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유주현은 이에 스틱을 두고 방에서 나갔다. 8분 30초에 육박하는 이 긴 연주곡은 이 같은 자연스러운 상황을 가감 없이 그대로 담고 있다.

조웅은 “이번 앨범은 사실 노랫말이나 이야기에 집중한 작품은 아니다”라며 “연주 같은 음악이 가진 다른 요소를 통해 듣는 이가 재미를 느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번 솔로 작업에서는 마이크로 수음(受音)해 컴퓨터에 저장하는 대신 테이프 마그네틱에 입히는 방식을 썼다”며 “이를 통해 디지털 변환과는 차원이 다른 질감의 소리를 얻어냈다. 1980년대 컴퓨터 기술이 나오기 전에 사용한 예전 방식”이라고 말했다.

장종완 작가가 작업한 '슬로우모션' 앨범 커버 이미지
장종완 작가가 작업한 ‘슬로우모션’ 앨범 커버 이미지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몇 년간 컴퓨터로 한 작업은 현대 대중음악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임에도 소리의 질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단다. 이 아날로그적인 테이프 방식으로 마치 조웅이 곁에서 귀에 대고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구현해냈다. 그가 ‘가깝게 포착한 소리’를 강조했던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조웅은 수년에 걸쳐 소속사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스태프와 함께 대만, 목포, 부산, 양양 등을 오가며 곡 작업을 했다. 마스터링은 해외 유명 뮤지션과 다큐멘터리 영상 음악 등을 작업한 사운드 엔지니어 제이크 비에이터가 맡았다.

대만에서 썼다는 타이틀곡 ‘외롭고 시끄럽고 그리워’는 무덥고 습한 현지의 날씨에서 묻어난 ‘불만족’ 혹은 ‘짜증’이 잘 투영됐다.

조웅은 이 노래에 대해 “불만족과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라며 “누군가는 포크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종 질감에 대한 고민으로 이 같은 차원의 음악이 나왔다고 이해해 달라”고 부연했다.

수록곡 ‘속사정’은 ‘나이를 먹는 게 무슨 의미인지 / 나는 언제나 똑같은데 / 아직도 불안한 맘 / 이리로 저리로 가려는 맘을 쥐고 /버티는 중이라오’ 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드는 ‘싱숭생숭한’ 감정이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처럼 들린다.

조웅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제일 큰 부분은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라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공연을 할 때는 흥분도 필요한데 (이를 위한) 불이 잘 붙여지지 않는다. 어떤 노래는 ‘이제는 못 하겠다’ 싶은 것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조웅은 그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 밴드의 전곡을 작사·작곡하며 인기를 누렸다.

그는 다음 달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새 앨범 발표도 앞두고 있다. 솔로와 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올 한해 무척 바빴을 듯싶었다.

이번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시장 한복판에 자리한 조웅의 작업실이었다. 인근의 신축 아파트와 분주하고 활기가 넘치는 시장 사이의 대조가 묘한 재미와 긴장감을 자아냈다.

불이 ‘확’ 붙은 거칠고 신비로운 매력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든, 여유롭고 느긋한 ‘슬로우모션’이든 모두 조웅의 양면이다. 대화를 이어 나가다 보니 마주하고 있는 조웅이란 어떤 사람, 혹은 뮤지션인지가 새삼 궁금해졌다.

“저는 발음을 또박또박 내는 것도 피곤해할 정도로 나른하고 느긋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또 약속 어기는 것은 무척 싫어합니다. 아, 또 전화를 잘 받지 않는 것도 싫어해요. 모두가 다 이런저런 복합적인 면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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