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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년]③”핼러윈은 이미 한국화한 축제”, 스스로 안전 유지하며 즐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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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핼러윈 데이인 31일을 10여일 앞둔 지난 20일 오후 8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여러 주점과 클럽 등이 ‘핼러윈 이벤트’ 등이 적힌 현수막이나 안내문을 내걸고 영업했지만, 이태원 참사 1년이 목전인 올해는 대대적인 이벤트 홍보는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번화가의 열기는 여느 해처럼 뜨거웠다. 거리에는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시끌벅적하게 나왔고, 인파도 가득했다. 호객 행위를 나온 이들은 “서비스를 주겠다”며 젊은이들에게 접근했다. 이미 핼러윈을 즐길 계획을 고민 중인 이들도 많았다. 친구를 만나러 나왔다는 김모씨(37·남)는 “일상과 다른 모습으로 즐길 수 있는 기간이 핼러윈”이라며 “이태원에는 가지 않을 것 같고, 어디에서 놀지 친구들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번화가 곳곳에서 축제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추모하며 이태원 소재 클럽은 핼러윈 당일 등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홍대나 강남 등 다른 번화가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선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또 핼러윈이냐”고 혀를 차지만, 핼러윈 데이는 이미 국내 젊은이들에게 축제로 정착했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핼러윈은 국내 젊은이들이 ‘코스튬 플레이'(특정 인물 또는 캐릭터로 분장해 흉내를 내는 일)를 즐기는 유일한 날이다. 코스튬을 통해 평소와 다른 모습이 되는 등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진다. 2007년 현대사진영상학회 논문집에 실린 ‘할로윈(핼러윈) 데이의 코스튬 놀이’ 저자 김창현은 핼러윈 문화에 대해 “평소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일은, 단순한 유희를 넘어 현실 속 자신의 보기 싫은 모습을 잊고 탈출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생기고 정신이 성숙해지는 순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핼러윈 데이에는 사회적으로 젊은 층의 다소간 ‘일탈’을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야간 통행금지를 하루 해제했듯이, 요즘 핼러윈 데이는 청년층의 평소 스트레스를 분출하도록 사회적 규제가 ‘하루 해제되는 날’이라는 해석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서양의 종교 축제일로 엄격하게 생각하지 않듯이, 핼러윈데이도 서양 풍습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며 “핼러윈 문화를 막을 필요도 없고, 막는다고 막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핼러윈은 코스튬과 같은 일탈에도 사회적으로 관대한 시선을 보내는 등 이미 정착된 축제”라며 “이런 측면에서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핼러윈이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청년들이 평소 억눌려 있던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분출하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설 교수는 “핼러윈 데이는 젊은 세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유의미한 사회적 기능을 하므로 정부는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하면서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젊은 혈기와 평소 억눌렸던 정서를 발산할 기회로써 핼러윈은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안전하고 즐겁게 축제를 즐기도록 참여자 스스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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