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銀 3000억대 횡령에도 빈대인 ‘잠잠’
임기 종료 한 달여 앞둔 윤종규엔 ‘소환장’
정부 입맛 따른 금융 바라보기 ‘의문부호’
“합리적인 이유가 있겠어요. 대관 실패죠.”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 관계자에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배경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국회 정무위는 오는 27일 진행될 금융당국 종합 국감에서 5대 금융 회장들 중 유일하게 윤 회장만 불렀다.
국감 증인 채택의 원론은 어디까지나 여야 합의다. 하지만 현실은 간사진 사이에서의 깜깜이 입김이 거세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후문은 더 이상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다.
금융사를 포함해 모든 기업의 대표들은 공개 질타를 받아야 하는 국정감사 출석을 꺼린다. 기업의 로비 활동, 즉 대관을 통해 어떻게든 국감장에 불려나가는 것만은 열을 쓰고 막는 이유다.
그럼에도 국회가 윤 회장을 부르는 공식적 구실은 내부통제 부실이다. 계열사인 KB국민은행에서 직원이 고객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 규모의 주식 차익을 챙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라 과한 이자장사를 했는지도 들여봐야 할 지점이다.
금융권 국감의 증인 기준이 헷갈리는 지점은 여기다.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사고를 낸 곳은 BNK경남은행인데, 지주사인 BNK금융 회장을 둘러싼 소식은 오히려 조용하다. 경남은행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담당 직원이 3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횡령했다.
DGB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 몰래 증권계좌를 개설했다.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은행원은 114명으로 사고를 낸 국민은행 직원 수보다 훨씬 많다. DGB금융회장도 국감장 출석을 피했다.
물론 이들 은행의 준법감시인이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금융사고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그럼에도 KB금융만 회장을 불러 두 번 혼내겠다는 것이다.
결국 조만간 회장직을 떠날 사람만 소환하게 됐다. 윤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로 끝난다. ‘맹탕 국감’ 오명은 피하고 싶고, 앞으로 금융그룹을 이끌어갈 수장들은 피하려다 보니 ‘이빨 빠진 호랑이’만 부른 셈이다. 입법부가 객관적인 근거나 국민 요구에 따른 게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금융을 다루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다른 정부인 행정부 역시 금융사에게 과하게 간섭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금융당국 말 한마디에 은행 영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은행의 이자장사를 수차례 지적했고,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잇따라 내린 바 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며 되려 은행에게 대출 금리를 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또 어떤 금융을 주문하실지….”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전전 정권은 녹색금융과 창조경제금융, 전 정권은 혁신금융, 이번 정권은 상생금융으로 역대 정부에 따라 금융권의 역할과 책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금융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면 혼란은 소비자 몫이다. 정치적 이익에 집착해 금융사를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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