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와 교전…이란 참전 가능성↑
‘브롬’ 등 9종, 이스라엘 의존 90% 넘어
유가 상승, 수출보다 수입액 5배 늘어
무역협회 “분쟁 장기화 사전 대비해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선제공격으로 시작한 이·팔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까지 참전 가능성을 노골화하면서 확전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동안 국제유가만 큰 변동이 없다면 한국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던 예측과 달리 일부 수입 원자재는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21일 북부 레바논 접경지역에서 두 차례의 로켓과 대전차 공격에 실사격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 대원 6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한 전망도 틀어지고 있다. 이·팔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국내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던 예측과 달리 일부 수입품은 당장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5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우리나라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 미만으로 매우 낮다.
문제는 브롬,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 등 일부 품목은 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높다. 난연제와 석유·가스 시추 등에 사용하는 ‘브롬’은 사실상 전부(99.6%) 이스라엘에서 수입한다.
규모가 크진 않으나 이스라엘과의 무역은 2015년 이후 계속 확대해 왔다. 지난해는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하면서 수출 비중 또한 2018년 0.24%에서 올해 1~8월에는 0.37%로 늘어 54.2% 증가했다.
수입품은 주로 반도체 제조 장비와 정밀·광학기기다. 금액 기준으로는 반도체 제조 장비가 수입 1위 품목이다. 수입의존도는 전자현미경과 분석시험기 등 정밀기기가 더 크다.
특히 이스라엘에 9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8개에 달한다. 식용 파래, 흑단 단판 목재 등은 대체할 수 있지만, 브롬은 사용처가 다양해 다른 물질로 대체가 어렵다.
이란 개입→미국 제재…연쇄작용
항공기용 무선방향 탐지기 또한 수입의존도가 94.8%로 높다. 특히 이스라엘이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수출에서도 항공기 발진 장치, 반도체용 현미경, 가금육 조제용 기계 등 4개 품목의 대(對)이스라엘 수출의존도가 50%를 웃돌아 향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교역 비중이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 네온·크립톤 등 특정 품목 공급망 교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경로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확대해 사실상 이란이 참전하는 양상이 되면 원윳값 상승에 따른 피해도 불가피하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한국이 거둘 이익, 즉 수출단가 상승은 0.23% 수준이다. 대신 수출 물량은 0.06%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단가 상승 폭과 수출 물량 감소 폭을 모두 고려한 전체 수출 금액은 0.17% 늘어난다.
반면 유가가 10% 오르면 수입 단가는 1.19% 상승한다. 수입 물량이 0.32% 줄어들면서 전체 수입금액은 0.87% 증가한다.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5배 이상 많아져 무역 적자 폭을 키우게 된다.
보고서는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여타 중동 산유국 전쟁 개입, 원유 생산 시설 및 수송로 침해 등으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연관되었다는 증거가 발견될 경우, 미국의 對이란 원유 수출 제재가 강화되면서 세계 원유 공급부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장기화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 “내년 성장력, 한국이 최고”…현실 ‘암초’ 거둬낼 방안은[격동의 세계 경제⑥]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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