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증거인멸교사 혐의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태원 참사’ 직후 ‘핼러윈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제가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24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전날 오후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에 대한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특정 정보요구(SRI) 보고서 3건까지 총 4건의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를 받는다. 특히 용산경찰서 보고서에는 실제 사고가 발생했던 해밀톤 호텔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박 전 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그는 인파 밀집에 따른 사고를 미리 경고한 보고서에 대해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범위를 넘은 게 이태원 참사”라며 “군중 밀집형 압사 사고를 예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전대책을 미리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정보분석과는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는 것으로 통상 업무가 종료된다”며 “테러리스트가 국가기관을 공격했을 때 정보활동이 잘못됐다고 단순 연결하기는 어렵지 않냐”고 반박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인파우려 보고서와 관련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정보경찰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다만, ‘사고 수습보다 경찰 책임 회피에 더 마음이 쏠린 것 같다’는 검찰 지적에는 “제가 잘못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국민적 슬픔을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제가 담당하는 부서의 좁은 소견으로 보고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경찰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용산구청에 떠넘기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참사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30일 박 전 부장은 경찰청 정보관리과장에게 “적극적인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과 자치단체의 책임이 부각되도록 조치 필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박 전 부장은 “경찰이 경력 배치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흐를 경우→서울청 대비 미흡, 주말 대규모 집회·시위 대응으로 경력 부족 등 부각→용산 이전이 근본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고, 앞으로 지역행사·축제 등에 더 많은 경력 배치 문제로 연결되어 수익자 부담 원칙, 경찰 만능주의 극복에 악영향. 경찰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 발생”이라고 썼다.
박 전 부장 측은 앞선 재판에서는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김 전 과장은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가 규정에 따른 적법한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재판부 변동이 예고돼 있어 신속하게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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