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첨단 플랜트 건설을 비롯해 전기차,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등 첨단 산업을 앞세워 중동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 정주영 선대 회장이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이룬 ‘중동 신화’를 재현한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 주에 위치한 현대건설 대형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대건설은 네옴시티 주거 공간인 ‘더 라인’의 하부 고속·화물 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km 구간을 시공하고 있다.
이번 공사 지역은 일반적인 사막이 아니라 산악 지형으로 까다로운 기술력이 요구된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터널 공사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정 회장은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갖고 적극 지원하겠다”라며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현대그룹을 일으켜 세운 시작점과 같은 곳이다. 1976년 정 선대회장은 ’20세기 최대 토목공사’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 공사를 수주했다. 수주 금액만 당시 정부 예산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공사였다. 이를 통해 정 선대회장은 1970년대 ‘중동 붐’을 이끌며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을 댔다.
손자인 정의선 회장은 건설 등 산업 인프라 구축에 이어 전기차, 수소 생태계 조성까지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동 개척에 나선다. 선대 회장의 도전정신을 계승하며 이번엔 현대차그룹의 ‘중동 신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동은 화석 연료 시대 이후를 대비한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성장 동력을 키우는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춰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해 전기차 수요를 창출하고, 현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에너지 분야 협력에도 나선다. 그 밖에도 첨단 플랜트·철도 수주를 늘리는 등 신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잡기 위해 CKD(반조립제품) 공장을 짓는다.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설립되는 이 공장은 연간 5만대 생산이 가능하며, 전기차부터 내연기관차까지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통해 중동 지역의 친환경 에너지 시장 저변을 넓힌다. 현대차는 사우디에서 수소 사업을 추진 중인 에어 프로덕츠 쿼트라, 사우디 대중교통 운영업체 SAPTCO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이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동 플랜트 건설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3조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했다. 또한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 터미널 등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완료했으며, 2021년 수주한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1단계를 수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6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한국 기업의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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