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우디 ‘미래 도시’에 한국형 디지털 플랫폼 입힌다

지난 3월 채선주(좌측)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및 투자부 관계자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모습. [네이버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와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계약을 체결한 팀 네이버 대표들이 계약 체결 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좌측부터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네이버 제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한국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사우디아라비아 미래 도시에 심어진다.

네이버·네이버 클라우드 등 하나의 ‘팀 네이버’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동에 대규모 수주 계약을 따냈다. 그 규모만 1억달러(1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리는 차세대 미래 도시에 향후 5년간 점진적으로 네이버의 AI(인공지능)를 이식하게 됐다. 네이버는 이를 발판 삼아 IT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제 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어, IT 스타트업들의 중동 수출의 교두보가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팀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로부터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맡아, 수도 리야드 등 5개 도시에 사업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네이버 측은 구체적인 수주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에 따르면 13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네이버는 이번 수주 계약에 따라 향후 5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5개 도시에 클라우드 기반의 3D 디지털 모델링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 및 운영한다. 사우디는 이를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사우디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공 디지털 서비스를 한국 대표 IT기업이 첫 단계부터 구축하고, 나아가 서비스까지 직접 운영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팀 네이버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이다. 특히 수많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을 제치고 한국의 IT 기업이 스마트시티 조성 ‘필수 인프라’인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팀 네이버는 MOMRAH가 진행한 글로벌 유수 기업들 간 기술 비교에서 가장 빠르면서도 확장성 높은 디지털 트윈 결과물을 선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0㎝ 내외의 오차 범위로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복제할 수 있는 원천 기술부터 매핑 로봇, 데이터 처리 인프라까지 자체 개발한 것이 높게 평가 받았다. 여기에 더해 매우 높은 확장성을 갖춘 대규모 실내 공간 매핑 기술과 10년간의 ‘3무(무중단·무사고·무재해)’ 노하우를 쌓은 안정적인 클라우드 역량도 인정 받았다.

네이버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사우디 현지 법인 설립 및 중동 지역 클라우드 리전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의 초대규모AI 및 클라우드를 활용한 MOMRAH의 정책 현안 해결 논의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네이버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메신저, 커머스, 콘텐츠 등을 비롯한 기술 기반의 글로벌 진출도 보다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사우디 진출이 국내 스타트업들과 공공기관들의 중동 지역 진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사우디 현지에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국내 파트너들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디지털 트윈 구축 프로젝트에는 네이버와 함께 사우디 정부와 각각 MOU를 체결한 LX와 한국수자원공사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

사우디 디지털 트윈 시장의 밝은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블루위브 컨설팅은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에 따라 현지 디지털트윈 시장 규모가 2029년까지 566억 달러(76조1666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네이버의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은 경제사절단을 동행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일정과 함께 성사돼, 국가 전략산업이자 민관 협업 플랫폼 모델인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수출 1호가 됐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 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어 보겠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IT 스타트업들의 중동 수출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T도 현대건설, STC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인프라 발전 및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현대건설, STC 그룹과 사우디에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스마트시티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을 단계별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