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주에서 상추튀김을 전문으로 파는 김현씨는 지난해 임대 가게의 서러움을 극복하고 ‘내 가게’ 마련에 성공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의 ‘첫 내 가게 마련대출’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가족과 식당을 꾸려온 지 17년 만이다. 김 씨는 “코로나19 당시 임대료가 밀려 건물주의 퇴거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간절한 마음에 대출 선정에 지원했고, 이제는 더 이상 이사갈 걱정도, 단골을 잃을 걱정도 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달앱 배민(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소상공인 지원책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외식업 등 자영업계가 활기를 되찾아야 플랫폼도 성장할 수 있다는 상생 의식에서다. 소상공인 대출, 광고비, 보험료 지원 등 ‘키다리’ 프로그램을 확대 중이다. 현재 국내 자영업 시장은 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에 고금리 고물가 등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외식업 맞춤 지원 나선 배민
24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최근 소상공인을 위한 총 1000억원 규모의 신규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신용이 부족해 대출을 받기 어려운 외식업이나 전통시장 상인이 대상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현재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당시 받은 대출금의 만기가 도래하거나 원부자재 인상 등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은 이를 위해 앞서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이하 신보중앙회), 시중은행 등과 손을 잡았다.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우아한형제들가 외식업주를 포함한 소상공인들에게 부족한 신용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한다. 이후 은행들이 우대 혜택이 적용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소상공인을 안내하는 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협약보증 재원으로 35억원을 출연했다. 배민에 따르면, 이는 민간 기업 최초로 신보중앙회에 출연한 사례다.
외식업 등 자영업은 여러 대외변수에 취약한 업종이다. 소비 트렌드와 경제적 상황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이 때문에 수익과 현금흐름이 불규칙적이다. 업황에 따라 현금 흐름이 막히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때문에 신용이나 담보를 기반으로 하는 대출 등의 자금조달이 매우 어렵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외식업과 자영업의 특성에 주목한 셈이다.
여전한 코로나19의 상흔
코로나19 팬데믹이야 말로 이런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계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로 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혔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2017년 2170만원을 시작으로 2018년 2136만원, 2019년 2115만원, 2020년 2049만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2021년에는 평균 소득이 1952만원에 불과했다.
배민의 상생 지원책이 늘어난 시기도 코로나19 팬데믹부터였다. 외식업 자체가 잘 돼야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본격화됐다. 실제로 배민은 지난 2021년 한 해에만 약 788억원 규모의 현금성 지원을 소상공인에 제공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심했던 2020년 당시 3월, 4월, 8월, 12월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배민 입점 업주의 광고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광고비 50%를 환급하기도 했다. 약 620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창업·재창업 지원책도 내놨다. 배민은 2021년 KB국민은행과 ‘첫 내 가게 마련 대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대출 상품 운용에 필요한 50억원의 자금을 조성하고, KB국민은행은 총 500억원 한도로 우대금리를 적용한 대출 상품을 외식업 자영업자에게 제공했다. 이 역시 우아한형제들이 점주에게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사장님 의료비도 챙기는 ‘이유’
배민의 대표 외식업주 지원 프로그램은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이 꼽힌다. 외식업주에게 의료비, 생계비, 자녀 장학금 등을 지원한다. 배민 창업자 김봉진 전 의장이 기부약정으로 조성한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총 200억)’ 가운데 외식업주 대상 의료비 지원이 100억, 우아한 사장님 자녀 장학금 프로그램이 100억 규모로 운영 중이다.
배민은 지난 2021년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소상공인 O2O(Online To Offline) 진출 지원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외식업주에게 배민에서 광고비, 배달비품 구입 등에 쓸 수 있는 현금성 포인트(비즈포인트)를 50만원씩 지급한다. 이외에도 배민은 자연재해로부터 외식업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풍수해보험 가입 지원에도 나서는 중이다. 현재까지 110건의 사례가 접수되어 보상 금액이 4억3000만원에 달한다.
배민은 현재 엔데믹으로 배달 건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2922만명으로, 처음으로 3000만명 아래로 주저앉았다. 엔데믹 뿐 아니라 외식업 등 자영업계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배민의 분석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소비자뿐 아니라 배민에 입점해 있는 식당들도 배민의 중요한 고객”이라며 “식당과 외식업 자체가 잘 돼야 이를 바탕으로 음식배달서비스도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대출, 광고비, 보험료 지원 등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확장,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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