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3일(현지시간) 정규거래에서 16년만에 처음으로 5%를 웃돌았다.
하지만 이후 국채 매수세가 유입되며 정규거래 마감 수익률은 일주일만에 최저 수준인 4.8%선에서 이뤄졌다.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금요일(20일) 4.924%에서 0.088%포인트 떨어진 4.836%로 마감했다.(오후 3시 기준) 이는 지난 1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오전 한 때 5.021%까지 올라갔다가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이 5%를 상회하자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5%를 넘어서기는 2007년 이후 16년만에 처음이다.
국채 금리 상승 원인①-경제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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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올초 3.8% 수준에서 가파르게 올라왔다. 특히 최근 몇주일 사이에 불안정한 모습으로 크게 뛰어 올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하락하고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도달한 상황에서 장기채 금리의 급등은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최근 들어 국채수익률이 급등한데 대해서는 2가지 분석이 제기됐다. 첫째는 미국 경제가 예상 이상 호조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국채수익률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연준이 연방기금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면 신규 국채는 여기에 맞춰 금리가 책정되는 만큼 장기 국채수익률이 올라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채 금리 상승 원인② 재정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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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국채수익률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에서 벗어나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에 반응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서로 다른 2가지 원인 분석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최근의 국채수익률 급등이 경제 강세에 따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전망 때문이라면 국채시장의 불안은 오래가지 않고 곧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와 이에 대한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 이외의 요인으로 국채수익률이 상승한 것이라면 결과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경제 호황이 금리 상승 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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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올 여름 장기물 중심으로 국채수익률이 오른 것은 경제 강세 때문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투자자들 상당수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결과 장기 국채를 선호하면서 장기 국채수익률이 단기 국채수익률을 크게 하회했다.
경기 침체 때는 단기물보다 장기물 금리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장기물 투자가 유리하다. 국채수익률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하락하고 연준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밝혔음에도 경제가 호황을 보이자 경기 침체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매도하면서 장단기 국채수익률 역전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상황 악화시킨 정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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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말 미국 재무부는 향후 수개월간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신용평가사 피치가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대치 상황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이후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며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는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정부 업무 중단(셧다운) 위기를 초래했고 간신히 임시 예산안을 편성하자 이번엔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이 해임되면서 정치권 혼란이 계속됐다.
루프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콧 킴볼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채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미국의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재정 우려는 과장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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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현 시점에서 국채수익률 상승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 펀더멘털에서 벗어난 통제되지 않은 국채 매도는 질서정연한 국채수익률 상승에 비해 훨씬 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며 재정적자 확대가 국채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로드 애벳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레아 트라우브는 최근 수주일간 미국 정부의 국채 경매가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줄어든 것은 해외의 국채수익률도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줄어든 해외 수요는 미국 내 수요가 채웠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브는 자신도 10년물 국채수익률 상승에 베팅해 왔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떨어지기는 힘들어 시장이 결국 더 높은 금리 경로에 적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월의 진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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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지난 19일 뉴욕경제클럽에서 최근 장기 국채수익률이 오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상승이나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국채를 장기간 보유하는데 대한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올라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정말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데 대한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연방기금 금리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능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연준이 “그대로 움직이도록 내버려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채수익률이 상승한 것은 연방기금 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기간 프리미엄에는 연방기금 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 외에 국채 공급량 등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
파월 의장의 이 발언으로 지난 19일 미국의 장기 국채수익률은 5% 부근까지 급등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일단 5%에서 매수세가 나오며 추가 상승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확인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무력 충돌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미국 국채수익률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전쟁 비용으로 더 늘어나게 된 미국의 재정적자와 다음달 중순으로 다가온 미국 정부의 공식 예산안 편성 마감 시한 등 기간 프리미엄 상승을 자극하는 요소도 여전하다.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태에서 오는 11월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미국 국채시장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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