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지원품이 23일(현지시간) 세 번째 구호 트럭 호송차를 통해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에 전달됐다. [EPA]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는 과정에서 220여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대한 연료 반입을 대가로 인질 일부를 석방할 가능성이 거론돼 주목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 과정에 밝은 3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와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이 며칠 전부터 이와 관련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마스 측은 연료를 포함한 인도적 구호물품의 꾸준한 반입이 보장된다면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등을 비롯해 최다 50명의 인질을 추가로 석방하는 데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의 전쟁물자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WSJ은 “세 명의 당국자에 따르면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으나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경유해 가자지구로 연료를 전달하는 방안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나 여타 무장단체들이 구호물자로 반입된 연료를 군사 목적으로 유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자지구 곳곳에 억류된 인질 전원이 풀려나기 전에는 연료 반입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하마스는 지난 20일 억류 중이던 미국 국적의 모녀 두 명을 풀어줬고, 23일에는 고령의 여성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국제사회의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은 21일 처음으로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국경의 라파 검문소를 통과한 데 이어 23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가자지구에 진입했지만, 의료용품과 식량, 식수 등을 운반됐을 뿐 연료는 싣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유엔은 가자지구내의 연료 비축량이 앞으로 이틀이면 고갈될 것이라면서, 연료가 없으면 식수 공급을 위한 담수화 시설을 돌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밀이 있어도 빵을 굽지 못하고 병원 가동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와 관련해 “그들의 연료저장고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면서 실제로 연료가 완전히 고갈된다면 “이미 참담한 수준인 인도적 상황에 더욱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지난 사흘간 총 54대의 구호트럭이 가자지구에 들어갔지만, 가자지구의 230만 인구가 필요한 양을 맞추려면 하루 100대 이상 트럭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WSJ은 가자지구 구호물자 반입과 관련한 당사국간 협상에선 무기나 다용도 물품 등의 포함 여부를 누가 검사할 것인지도 관건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1일 가자지구에 들어간 첫 구호트럭들에 대한 인증 절차에는 물리적 검사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이후로 전달되는 물품들에 대해선 자국이 직접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미국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인도적 원조를 전달하는 차량들이 지속적으로 라파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구체적 메커니즘’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하마스가 민간인 구호용 연료를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스라엘 당국과 우리가 현재 논의 중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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