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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경제 및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으로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신화’ 재현에 나서고 있다.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으로 현대차그룹에게는 의미가 깊다. 정 선대회장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는 등 중동 붐을 이끌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중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화석연료 이후 시대를 대비한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들을 총동원해 전기차 생산 거점 구축과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첨단플랜드 수주 확대 등 신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공간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대건설은 이곳에서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km 구간을 시공 중이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그는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전날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CKD(반조립제품)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현대차는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에서 21%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사우디에 그룹 최초의 완성차 생산 공장을 완공해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 및 현지 특화 마케팅으로 신규 수요를 적극 창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중동 친환경 에너지 저변 확대를 위해 다자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차는 22일(현지시간) 한국자동차연구원, 사우디에서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사우디 대중교통 운영업체 SAPTCO와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중동 주요국에서 대형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로부터 약 3조 1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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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 터미널 등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완료했으며, 2021년 수주한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1단계를 수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 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국기업의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가스 및 오일처리시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쿠웨이트 슈와이크 항만 개보수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중동 5개 국가에서 건축, 오일·가스 플랜트,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총 26조 3000억원 규모의 23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로템도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철도 사업 수주를 이어가며 중동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이집트 터널청(NAT)이 발주한 7557억원 규모의 카이로 2, 3호선 전동차 공급 및 현지화 사업을 확보했다. 수소전기트램 등 수소 기반 친환경 철도차량 기술력을 토대로 중동 철도 인프라분야 진출도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판재, 봉형강, 강관 등 다양한 에너지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중동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한 사우디 주아이마 유전의 천연가스 액체 공장 확장 공사 후판 공급을 올해 완료했으며, LNG 에너지 프로젝트 확대에 대응해 신규 가스 수송용 강관 소재를 개발하는 등 중동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께서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중동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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