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가장 큰 지정학적 위험 요인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분쟁이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닌 미·중 갈등을 지목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10월 지정학 리스크 보고서에서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위험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어 미·중 갈등의 시장 주목도에 대한 점수는 1.5점으로, 주요 테러 공격 위험의 2배에 달한다고 봤다.
이·팔 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보다 미·중 간 갈등을 세계 시장에 더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팔 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충돌 가능성도 0.37점으로 낮게 봤다. 북한에 대한 시장 주목도는 중동 전쟁과 비슷했지만 자산 가격에는 다소 더 높게 반영됐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캐서린 크레스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관계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양측 모두 관계의 안정을 추구하길 원하지만, 해빙 무드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태”라고 평가했다.
내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정반대의 분석이다. 올해 2월 미국의 중국 정찰풍선 격추 사건으로 최악까지 치달은 미·중 관계는 6~8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잇따라 방중에 나서면서 소통의 창구를 연 상황이다.
보고서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정세 변화와 대만 행정부 수반인 총통 선거가 가져올 파장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시장과 경제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쳤던 지정학적 사건들이 오늘날에는 구조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군사적 행동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위험은 점증하고 있다. 내년 1월에 있을 대만 총통 선거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 안팎에서는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중 성향 집권당(민진당) 후보 라이칭더 부총통이 연임할 경우 미·중 간 긴장 상황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당국이 폭스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도, 폭스콘의 창업자인 궈 타이밍 회장의 내년 총통 선거에 출마를 막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그가 선거에 나서면 야권표가 분산돼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이 선거에서 유리해진다.
뉴욕 소재 컨설팅회사 테네오홀딩스의 가브리엘 와일다우 상무는 “궈 회장이 중국과 다양한 협력을 이어온 친중파인데다 폭스콘이 중국을 세계의 공장 반열에 올려놓은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착수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궈 회장의 출마가 친중 성향의 야권 후보 단일화 등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슬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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