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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위 석유업체 셰브론이 동종업체 헤스코퍼레이션을 약 71조 원 규모에 인수한다. 앞서 미국 내 업계 1위인 엑손모빌이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언추럴시소시스를 80조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달 성사된 두 번째 빅딜이다. 지난해 전쟁 특수로 인한 고유가에 힘입어 막대한 현금을 쌓은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경쟁사를 흡수해 본격적으로 덩치를 불리는 모습이다.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셰브론은 이날 “헤스를 530억 달러(약 71조 20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 교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헤스 주주는 보유 주식 1주당 셰브론 주식 1.025주를 받게 된다. 부채를 포함한 헤스의 총 기업가치는 600억 달러에 이른다. 인수 작업은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셰브론이 이번 인수로 얻는 가장 큰 이득은 경쟁사인 엑손모빌이 주도하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 지분을 획득한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헤스는 미국은 물론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 다양한 에너지 탐사 및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가이아나 유전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셰브론은 가이아나 해저 광구의 지분 30%를 확보한다. 가이아나는 2015년 이후 110억 배럴 이상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세계 주요 석유 매장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에 수혜를 누린 미국 거대 석유업체들이 경쟁사 인수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셰브론의 지난해 순이익은 355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셰브론은 5월에도 에너지업체 PDC에너지를 7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는 “헤스·PDC·노블에너지(2020년 인수)를 흡수하며 셰브론의 총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은 하루 약 37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며 “셰일 생산량은 40% 증가한 130만 배럴로 엑손모빌과 비등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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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인수는 미국 최대 석유업체이자 경쟁사인 엑손모빌의 파이어니어 합병 발표 이후 불과 2주 만에 알려져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엑손모빌은 이달 초 파이어니어를 600억 달러(약 80조 74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엑손모빌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인 557억 달러 규모 순이익을 달성했다.
미국 대형 석유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에 초점을 옮겼던 유럽 석유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셰브론과 엑손모빌이 세계 석유업계 빅4(셸·셰브론·엑손모빌·BP)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영국 석유업체 BP를 인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2년간 유럽 석유업체들은 미국 경쟁사와 비교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셸·BP 등 메이저 경쟁사를 인수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를 실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전문자문업체 MKP어드바이저스의 타일러 테브스 이사는 “셰브론이 BP를 인수하는 것과 같은 대규모 인수는 지금으로서는 어려우며 향후 몇 년간은 헤스 인수로 손이 묶일 것”이라며 “이는 엑손모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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