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3시40분쯤 서울 동작경찰서 상도2치안센터에 설치된 청소년경찰학교. 인근 보육원 ‘서울성로원’ 아이들이 경찰 제복을 입고 경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
23일 오후 3시40분 서울 동작구 ‘청소년 경찰학교’로 인근 보육원 ‘서울성로원’ 초등학생 6명이 들어왔다. 동작경찰서 상도2치안센터를 재활용한 이곳에 들어선 아이들은 나열돼있는 경찰 제복을 보며 하나씩 고르기 시작했다.
취향은 제각각이었다. 2명은 경찰특공대 제복을, 2명은 교통경찰 근무복을 골랐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가장 일반적인 근무복을, 1명은 가장 화려한 정복을 골랐다. 옷을 다 갖춰 입은 아이들은 함께 온 보육교사, 경찰학교 경찰관을 향해 경례했다.
경찰 체험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는 취지의 ‘청소년경찰학교’가 서울 동작구에 들어섰다. 이곳을 처음 찾은 손님인 보육원 아이들은 제복을 입고 사격 체험을 하며 천진난만하게 ‘경찰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동작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 청소년경찰학교 개소식을 열었다. 경찰청은 경찰 체험 등을 통해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4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했다.
동작 청소년경찰학교는 서울에선 10번째, 전국에선 56번째다. 동작의 경우처럼 서울에선 유휴 치안센터 부지를 활용해 청소년경찰학교를 설립한다.
동작 청소년경찰학교는 오는 12월까지는 시범운영 기간으로 복지시설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이후부터는 동작구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유스폴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정식 운영에 들어가면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대상으로 선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또 향후 CPR(심폐소생술) 등 안전 교육도 함께할 방침이다.
23일 오후 4시쯤 서울 동작경찰서 상도2치안센터에 설치된 청소년경찰학교. 인근 보육원 ‘서울성로원’ 아이들이 경찰 제복을 입고 사격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제복을 차려입자마자 경찰학교 1층에 마련된 ‘유치장 체험’ 장소로 향했다. 자발적으로 아이들은 실제보다 작게 만들어진 유치장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유치장을 좋아하는 모습에 놀란 학교전담경찰관 이민수 경장이 “여기 뭐하면 들어가는 데인 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나쁜 짓 하면”이라면서도 유치장에서 나오지를 않았다.
2층으로 올라서자마자 아이들은 화면에 총을 쏘는 사격연습장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아직 사격 순서가 아니어서 경찰관과 보육교사의 손에 이끌려 과학수사 체험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지문채취용 분말을 이용해 지문을 찾는 법을 배웠다. 초등학교 4학년 김힘찬군(가명)은 강의에 나선 이현주 경사에게 “이거(지문채취)로 전 세계 범인 잡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경사는 웃으며 “지문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23일 오후 3시40분쯤 서울 동작경찰서 상도2치안센터에 설치된 청소년경찰학교./사진=김도균 기자 |
과학수사 강의가 끝나자 아이들이 기대하던 사격 체험이 시작됐다. 각자 모형총을 이용해 스크린에 향해 쏘는 방식이다. 3명씩 2개 조가 대결을 펼친 결과 1등은 맏형인 4학년 박성현군(가명)에게 돌아갔다. 박군의 사진은 ‘사격왕’이라고 쓰인 게시판에 처음으로 사진이 올라간 주인공이 됐다.
사격 대결이 끝나갈 무렵 김군은 음주운전 체험 고글에 관심을 보였다. 사물을 왜곡시켜 보여주는 이 고글은 음주 상태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사물이 실제보다 작게 보이거나 방향감각을 흐리는 식이다. 이 체험을 마친 김군은 “너무 어지럽다”며 “술 마시면 안 되겠다”고 했다.
교육이 끝난 후 아이들은 경찰 흉장을 축소한 기념 배지를 하나씩 선물 받아 갔다. 이민수 경장은 기념품을 선물하며 아이들에게 “경찰 배지 받았으니까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알겠다”고 답하며 “또 오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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