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건물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민들의 모습 [AP]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충돌이 2주가 지나도록 악화일로를 겪으면서 가지지구 남부로 이동했던 일부 주민들이 생지옥으로 변한 삶의 터전인 북부로 다시 이동하고 있다. 남부 상황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인데다 자칫 원치 않는 강제 이주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유엔 고위 관계자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온 일부 주민들이 남부의 극한 상황 탓에 본래 거주지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가자지구 주민의 3분의 2에 달하는 140만명이 지난 7일 무력충돌 이후 집을 떠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BBC는 이 가운데 이집트와 맞닿은 남부 국경지대로 60~70만명이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부 역시 열악한 대피 시설과 부족한 식수와 식량 등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주민들이 발길을 북쪽으로 돌리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금(UNRWA)의 토마스 화이트 국장은 “많은 시민들이 집과 일터, 삶을 모두 북쪽에 남겨두고 왔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식수를 배급받기 위해 몰려든 모습 [AFP] |
현재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 물품이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사흘 연속 공급되고 있지만 그 규모는 크게 부족하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지금까지 가자지구에 들어온 구호물품은 무력충돌 전 하루 유입량 평균의 4%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물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삶을 이어온 일부 주민들은 남부로 이동할 경우 자칫 원치 않는 지역이나 국가로 강제이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가자지구 주민 210만명 가운데 170만명 이상이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중 추방되거나 이스라엘 영토가 된 땅에서 도망친 난민들의 후손이라고 설명했다.
콜롬비아대의 중동 역사학자인 라시드 칼리디 교수는 1948년의 (강제)이동은 팔레스타인들에게 너무 큰 상처라며 “그들이 가지지구 밖으로 이동은 물론 가자지구 내 이동도 저항하는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북부는 연일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미 폐허가 된 상태며 인명 피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에만 가자지구 내 320개의 ‘테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또 전날엔 가자지구 주민들이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테러리스트 조직’의 동조자로 간주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상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주택을 대상으로 사전 경고 없이 밤에 공습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18개가 넘는 주거용 건물을 직접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절망과 분노가 커져가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안전하게 갈 곳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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