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머리가 하얘졌지만…”
NC 다이노스 우완 류진욱(27)에겐 최대 위기였다. 2-0으로 앞선 8회말에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추신수와 최주환(이상 SSG 랜더스)에게 안타를 맞은 뒤 희생번트를 허용해 1사 2,3루. 안타 하나만 맞으면 블론세이브를 범할 수 있는 상황.
후속타자는 SSG 간판타자 최정. 여기서 류진욱-김형준 배터리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후속 길레르모 에레디아 역시 까다로운 타자였기 때문이다. 2점 리드를 활용해, 1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 초구 바깥쪽으로 커터를 던졌으나 약간 가운데로 몰렸다. 최정이 잡아당겼으나 좌익수 뜬공.
1점을 내줬으나 SSG가 오히려 아쉬운 상황. 류진욱은 자신감을 얻고 에레디아를 커터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1점 리드를 지켰다. 홀드 적립. 류진욱이 이때 블론세이브를 범했다면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향방은 알 수 없었다. NC가 시리즈 2연승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 류진욱의 위기탈출이 있었다.
류진욱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2라운드 21순위로 입단했다. 그동안 크게 주목을 못 받았다. 2022시즌에 51경기에 나갔으나 4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평균 147.8km로 상승했다.
작년에도 평균구속은 146.7km로 경쟁력이 있었지만, 올해 더 올라갔다. 커터성 슬라이더와 슬라이더 조합까지. 올해 어지러웠던 NC 마운드의 허리를 제대로 잡아줬다. NC는 시즌 내내 에릭 페디를 잇는 토종 3~5선발이 불안정했다. 마무리 이용찬도 예년에 비해 기복이 있는 시즌을 보냈다.
류진욱은 좌완 김영규와 함께 선발과 뒷문의 불안한 부분을 커버하면서, 팀의 정규시즌 3위에 크게 기여했다. 70경기서 1승4패22홀드 평균자책점 2.15. 실제적으로 현재 NC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좋다. 흔들리는 이용찬보다 더 좋지만, 보직 맞교대는 하지 않는다.
류진욱은 23일 2차전서도 1.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역시 홀드를 따냈다. 그는 2차전을 앞두고 “팀이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고 편안하게 마운드에 올라간다. 형들이 편하게,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올라가라고 한다. 실제 (포스트시즌서)던져 보니까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했다.
1차전 위기에 대해 묻자 “만루가 되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에레디아도 좋은 타자라서, 최정 선배님에게 어렵게 승부하려고 했다”라고 했다. 사실 실투였다. 류진욱도 “운이 좋았다. 먹힌 타구였고 잡혔다. 머리가 하얘졌는데 최소실점으로 막으려고 했다. 뒤에 나올 투수가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라고 했다.
손아섭, 이용찬 등 선배들의 긍정적인 격려에, 본인의 철저한 시즌 준비와 도망가지 않는 기질까지. 류진욱은 좋은 구원투수로 성장할 자질이 충분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이 큰 경험이다. 류진욱은 “나로 인해 지지 말자, 역전을 당하지 말자 싶은 마음으로 나간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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