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고용시장에 있어 근무시간 단축 및 유연근무제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 기혼 여성들의 유연근무 활용 비중이 20%를 넘어섰고 재택근무도 팬데믹 이전보다 7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4일 BOK이슈노트(팬데믹과 Job-rich recovery)를 통해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고용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 경기회복기에 고용 회복이 부진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국내 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그 배경으로 대면 서비스업 회복과 근로시간 감소, 근로시간 유연화 및 사회적 통념 변화, 노동시간 비축을 꼽았다.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직격탄을 입었던 대면 서비스업 개선이 방역조치 해제 이후 노동시장 회복에 영향을 미쳤고 취업자들의 근로시간도 단축됐다는 것이 한은 평가다.
한은은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취업자 수가 늘어나야 한다”면서 “시뮬레이션 결과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취업자 수 증가효과는 코로나 확산 직후인 202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평균 기준 93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팬데믹을 거치면서 근로조건 역시 한층 유연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당시 기혼 여성들의 유연근로자 활용 비중은 14.4%에 불과했으나 2021년과 2022년에는 20%를 웃돌았다. 또한 재택근무 활용 비중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7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전염병 확산 이후 가정 내 육아분담이 여성 뿐 아니라 부부에게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측은 “여성들에게 우호적인 근로환경이 조성되면서 팬데믹 이전보다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1%포인트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노동공급 제약 요소가 해소됐음에도 기업들이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산업간 미스매치 등으로 인력난을 겪으면서 기존 취업자 고용을 유지하는 ‘노동비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노동시장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공급 기반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노동시장 경직성, 팬데믹 기간 중 고용유지 지원 정책 등으로 인해 산업간 고용재조정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은 앞으로도 노동 생산성 증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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