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 구기종목인 ‘쇼다운’의 국가대표 선수 조현아 씨가 코치진으로부터 모욕·유기·방임 등 학대 받은 사실을 호소했다.
조 씨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윤리센터 등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수치심과 모욕감이 들었다. 이런 말들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조 씨는 지난 8월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쇼다운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파견됐지만, 현지에서 코치진으로부터 폭언과 방임·유기 등 학대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감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선수들은 귀국 후 9월 중 피해 사실을 스포츠윤리센터에 제소했지만, 스포츠윤리센터는 한 달 가량이 지난 후에야 조사에 착수했다.
김 의원은 황종하 스포츠윤리센터 사무국장에게 “조사가 지연되는 사이에 선수들은 가해자들이 심판을 보는 대회에 참가했다”며 조사가 늦게 시작된 이유를 따져물었다.
이에 황 사무국장은 “관계자 수가 많았고 접수된 피해 건수가 10건이 넘어서 늦어졌다”며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 인권침해 가이드라인에 대해 “체육인에 대한 언어적, 신체적 폭력과 성폭력 등 11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며 “쇼다운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 중 8개에나 해당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오후에 이어진 질의에서 김 의원이 참고인 조 씨에게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등 생리적 현상도 제재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맞느냐”고 묻자 조 씨는 “맞다”고 대답했다.
조 씨는 또 경기 당일 날에 아무런 사유 설명 없이 홀로 방치됐다고 밝혔다. 조 씨는 “황태민 감독은 갑자기 잠시만 있으라고 한 뒤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며 “제가 경기를 할 차례가 됐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아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시 심정이 어땠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조 씨는 “버려지고 방치됐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대회를 모두 그만두고 항공기를 알아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조 씨는 잠시 목을 가다듬은 후 “너무 힘들고 수치스럽고 다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이 대목에서 울컥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의원은 “여기 계신 분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시각장애인에게 안내인 없이 타 지역, 그것도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 버려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기 및 방임을 다루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제2조제3항에 따라 코치진의 가혹 행위가 단순한 인권침해를 넘어선 장애인 학대라고 주장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