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부터 금융지주들의 실적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KB금융지주가 호실적을 이어 나갔다.
KB금융지주는 올해 3개 분기 만에 4조3000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금융사 최초 연간 순익 ‘5조 클럽’까지 눈앞에 뒀다는 평가다.
실적 꺾인다던 전망, KB가 버틴 이유
KB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배기업 소유지분 당기순이익이 1조3737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4% 증가한 수준이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들의 순이익이 3분기부터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시장금리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지만 대출자산 등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금융지주는 이런 관측을 깨고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통상 4분기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발생하며 수익성이 약화되기는 하지만 연간 순익 5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KB금융지주가 3분기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기초체력을 탄탄히 다져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들어오는 이자수익과 나가는 이자비용이 동시에 늘어나긴 했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의 ‘상생’ 요청에 대출금리 대비 수신금리를 올리는 속도 또한 높였다. 실제 올해 3분기 KB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은 2.09%로 전분기 대비 0.01%포인트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량 대출자산 위주의 자산성장세를 이어온 것이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KB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이자이익으로 3조879억원을 벌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 대비 3.8% 늘어난 것이다.
수수료 등 비이자 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이어졌다. 올해 3분기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901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5.3% 줄어들긴 했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희비 갈린 계열사들
계열사별 실적을 살펴보면 맏형 KB국민은행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KB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순익은 996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7.5% 증가했다. 기업대출 수요가 많았고, 3분기부터 가계대출 수요도 늘어나면서 대출자산이 성장한 결과다.
9월말 기준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0.6%늘었고 기업대출 잔액은 1.8% 늘었다.
대출자산이 늘어나고 시장금리가 상승한 결과 이자이익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3분기 KB국민은행의 순이자이익은 2조52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2.4% 늘었다.
다만 비이자 이익의 증가세는 꺾였다. 전사적으로 수수료 수익 증가 등 이자에 기대지 않은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올해 3분기 KB국민은행의 비이자이익은 268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899억원과 비교해 7.3% 줄었다.
KB증권 역시 실적이 성장했다. 올해 3분기 순익은 111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090억원과 비교해 2.3% 늘었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IB시장 침체로 다소 주춤했지만, 리테일 중심의 영업을 펼친 것이 적중한 모양새다. KB금융 역시 “소매채권 중심의 WM금융상품 판매 증가로 인해 순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3분기 KB증권은 수탁수수료 명목으로 1291억원을 벌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대비 4.3% 늘었다.
보험사와 카드사의 경우 씁쓸한 2023년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 2714억원의 순익이 올해 3분기에는 1551억원으로 42.9% 줄었다.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수익증권 평가익이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유가증권 파생 손실이 발생했고,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일회성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②금융당국 ‘보수적’ 지침, 보험사 지표 ‘흔들’
KB라이프생명은 올해 3분기 604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동기 988억원과 비교해 38.9% 줄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산의 손익이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었다.
KB국민카드는 경기둔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낸 모습이다. 올해 3분기 KB국민카드의 순익은 79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109억원보다 28.3% 줄었다.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대출차주를 감안해 충당금 적립을 늘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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