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을 계기로 중동붐이 다시금 일어나려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게임·IT업계도 이 대열에 합류하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KT 등 국내 ICT 기업들이 사우디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형국이다.
이날 네이버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5년간 수도 리야드와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 및 운영하게 된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도시계획과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 국민 생활과 직접 연관된 공공 디지털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현지 법인 설립 및 중동 지역 클라우드 리전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며, 자사 초대규모 AI 및 클라우드를 활용해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의 정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사우디 진출이 국내 스타트업 및 공공기관의 중동 지역으로의 진출에도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사우디 현지에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이 확대되며 생태계가 고도화되고, 국내 스타트업들의 중동 진출도 보다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디지털 트윈 구축 프로젝트에는 LX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참여한다. 특히 이번 사업을 통해 구축될 디지털 트윈은 스타트업이나 전문 기관 등도 활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 플랫폼 형태를 띌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블루위브 컨설팅은 사우디의 디지털 트윈 시장이 2029년까지 CAGR(연평균 성장률) 63.1%의 고속 성장을 보이고, 시장 규모는 566억달러(약 7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기술 수출이 추후 하이퍼클로바X와 소버린AI, 소버린클라우드 등으로 확대되면 네이버의 클라우드 사업 역시 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KT는 현대건설, stc(saudi telecommunication company)그룹과 사우디 디지털 인프라 발전 및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를 계기로 KT의 디지털전환(DX) 역량과 노하우, 현대건설의 스마트 건설 및 시공 역량, stc그룹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결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스마트 시티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을 단계별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 같은 협력은 지난 해 11월 국토교통부 주관의 수주 지원단 ‘사우디아라비아 원팀코리아’가 결성되면서 시작됐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단장을 맡고 있으며, 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 해외건설협회, KT, 현대건설 등 120여개의 정부기관과 민간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KT는 앞서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우주기술위원회(CST) 위원장 및 정보통신기술부(MCIT) 고위급 인사와 IDC 사업, 자율주행, R&D 협력 등 DX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김영섭 대표도 이번 협약 체결에 앞서 지난 22일(현지 시간) 리야드에 위치한 stc그룹 본사를 방문해 올라얀 알웨타이드 대표를 만났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움직이는 모습이다. 엔씨 CSO(최고전략책임자) 윤송이 사장이 23일(현지 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스포츠 컨퍼런스 ‘The New Global Sport Conference(이하 NGSC)’에 참석한 것이다.
NGSC는 사우디 체육부와 현지 e스포츠연맹 주최로 열렸으며, 이날 현장에서는 내년 여름부터 리야드에서 세계 최대 규모 e스포츠 월드컵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PIF(사우디 국부펀드) 총재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윤 CSO는 사우디 정부 초청으로 이번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 글로벌 게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이용자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짚었으며, 특히 게임 기획단계부터 생성 AI를 활용하면 개발자들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전체 프로세스를 효율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7차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에도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게임·IT기업들이 중동으로 향하는 배경에는 사우디 정부의 강력하게 추진 중인 DX 정책이 있다.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6년 ‘비전 2030’을 선포, 석유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ICT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국가의 산업 기반을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으로, 초거대 스마트 시티로 계획돼 있는 만큼 IDC 등 스마트 인프라 확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게임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지목됐다. 전체 인구(3500만명)의 절반이 30대 이하 젊은 세대로 구성돼 있고 게임과 음악,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다.
빈 살만 왕세자부터 스스로를 ‘비디오 게임과 함께 자란 첫 세대’로 소개하는 등 게임 애호가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PIF를 통해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 투자부는 지난해 11월 시프트업과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올해 4월에는 위메이드와도 협약을 맺으며 블록체인 게임으로도 영역을 넓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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