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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미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왕 부장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내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 회담 개최를 위한 의제를 최종 조율할 전망이다. 서로를 겨냥한 수출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긴장감도 높아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해빙될 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해법도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의 본질적 관계 변화는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토니 블링컨 장관이 26~28일 워싱턴을 방문하는 왕 부장을 맞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두 장관이 양국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의 일환으로 양자·역내 이슈, 글로벌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의 미국행은 내달 11~17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전제로 한 의제 등 협의를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미국을 찾는다면 2017년 4월 이후 6년 7개월만이다.
미중 양국은 현재 서로를 겨냥한 수출 통제로 맞서는 상황이다. 미국이 서방 국가들과 함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을 차단하자 중국은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흑연까지 수출 통제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은 대만은 물론 최근에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사이에 두고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을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해법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왕 부장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개입을 막기 위한 수단을 백방으로 찾고 있는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지만 회담이 개최된다고 해도 글로벌 패권을 다투고 있는 양국의 관계가 극적으로 달라지긴 힘들다. 긴장 관리 차원일 뿐 양국 정상의 단 한 차례 만남으로 본질적인 문제 해법이 나오기에는 실타래가 너무 얽혀 있다.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담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는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분위기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왕 부장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 부총리도 미국을 방문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라고 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단된 국방 분야 소통도 재개될 전망이다. 마이클 체이스 미 국방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한 세미나에서 이달 말 열리는 ‘중국판 샹그릴라 대화’인 샹산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럼 참석자에 대해 “이전과 일치하는 레벨에서 참석자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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