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력 반도체 기업 온세미가 성장성 높은 탄화규소(SiC) 전력 반도체 사업을 키우기 위해 한국에 새 생산 라인을 만들었다. 국내 SiC 전력 반도체 생산 시설을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워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며 먹거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SiC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시스템 반도체로 온세미 주요 고객사는 테슬라와 BMW, 현대자동차 등이다.
온세미는 24일 경기도 부천 사업장에서 S5 라인 준공식을 열었다. S5는 온세미 국내 거점인 부천 사업장에 들어선 신규 생산 라인이다. 풀가동 기준으로 연간 100만장 이상의 8인치(200㎜) SiC 웨이퍼를 제조할 수 있다. 온세미는 SiC 전력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생산 라인(S1, S2, S3, S4)에 S5를 추가했다. 지난해 증설 계획을 본격화하며 1조4000억원을 투자한 결과다.
온세미는 SiC 전력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에 SiC 전력 반도체가 쓰이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는 SiC 전력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17억달러에서 2028년 54억달러 규모로 세 배가량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온세미는 전체 매출액의 50%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문에서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이번에 생산 규모를 늘렸다.
하산 엘 코우리 온세미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구동 필수 부품으로 전력 반도체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며 “테슬라와 BMW, 현대자동차 등이 온세미 제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SiC는 기존 전력 반도체가 지닌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며 “관련 사업을 위해 투자를 많이 했고 앞으로도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천 사업장은 이같은 사업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토대다. 온세미의 유일한 SiC 전력 반도체 생산 기지로 제조와 연구·개발(R&D) 등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이 자사 핵심 사업을 국내에서 진행하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부천 사업장 역사를 알아야 한다. 부천 사업장은 삼성전자 비메모리 생산 시설이었던 곳이다. 삼성전자가 1999년 전력 반도체 사업 부문을 미국 반도체 기업인 페어차일드에 매각하면서 부천 공장도 넘어갔고, 이후 2016년 온세미가 페어차일드를 인수했다.
온세미는 2025년까지 부천 사업장에서 SiC 전력 반도체 생산량을 기존보다 10배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경우 회사에서 생산하는 전체 전력 반도체 중 한국 제품 비중이 35~40%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온세미는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지역 인재를 중심으로 최대 1000여명의 국내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인력(약 2300명)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코우리 CEO는 “부천 시설은 온세미의 유일한 SiC 제조 시설이기에 아시아·태평양뿐 아니라 북미, 유럽 고객 수요까지 대응한다”며 “부천에 모든 사업 역량이 총동원돼 있어 SiC 전력 반도체 사업 허브다”고 말했다. 또 “부천 사업장에 있는 설비로 6인치(150㎜), 8인치 SiC 웨이퍼 생산이 모두 가능하다”며 “지금은 6인치 수요가 많은 만큼 이에 집중하고 2년 안에 8인치로 변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 반도체
전력 반도체는 전자 기기에서 전력 변환과 전류 분배, 제어 등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가전제품뿐 아니라 각종 모바일 기기와 통신 인프라, 전기차 등 다양한 응용처에서 쓰인다. 최근엔 전력 반도체 중 SiC와 같은 새로운 화합물로 구성된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SiC 전력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 소재 대비 고열·고압 환경에 잘 견디고 경량화 이점이 커 전기차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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