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자치구들이 24시간 재난안전상황실을 가동하면서 전담 인력을 단기 계약직으로 채워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임금과 밤샘 근무를 견디지 못하고 한두달 만에 퇴직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자치구들은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태원 참사 후 1년이 지났지만 안전사고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자치구들은 시간선택제 임기제 ‘마급’ 직원 3~5명 정도를 채용해 재난안전상황실 전담 업무를 맡기고 있다. 9급 공무원 1호봉 대우를 받고 1년 단위로 재계약 평가를 받기 때문에 공직사회에서는 아르바이트 자리로 간주된다. 주당 근무시간은 30~35시간으로 시간당 임금은 1만 1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전담자들은 1명씩 조를 짜서 2~3교대로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재난상황 접수 △재난문자 발송 등 상황 전파 △중대 재난 상황판단 및 초동 대응 △기타 재난대응 업무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계약직 직원 1명이 야간·주말동안 관내에서 발생하는 재난안전 사고 초기 대응을 모두 책임지는 셈이다.
900만 서울시민의 재난안전관리가 단기 계약직 1명에게 떠넘겨진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원인으로 재난 상황 전파 부실 대응이 지적되자 각 자치구에 전담 상황실을 운영하도록 요청했다. 전담 인력 확보 조건으로 자치구에 최대 6억원씩 지원했지만 규정상 인건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자치구들은 당장 정원 조정이 어렵고 예산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비용 부담이 적은 시간선택제 임기제를 고용했다.
자치구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부랴부랴 상황실을 꾸리기는 했지만 인력 운영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과 매주 두 세 차례 돌아오는 밤샘 근무 때문에 지원자가 적고 채용되더라도 한두달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악구는 올해 3월 5명 채용공고를 냈지만 3명밖에 뽑지 못했고, 이후 5명을 추가 채용했지만 1명이 퇴사해 또 인력을 충원했다. 영등포구는 애초 5명을 뽑아 3교대로 근무하다가 퇴직자가 발생하자 인력을 충원해 6조 2교대 체제로 돌렸다.
강서구에서는 전담자를 뽑지 못해 아직 재난안전상황실이 가동되지도 못했다. 구는 전담자 5명을 채용해 다음달부터 재난안전상황실을 운영하려 했으나 채용된 인력이 모두 중도 포기하는 바람에 운영 시기를 한 달 미뤘다.
이태원 참사와 ‘묻지마 흉악 범죄’ 증가로 CCTV 모니터링 업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재난안전상황실까지 설치되자 자치구의 인력난은 더 심해졌다. 기존부터 운영하던 CCTV 관제센터에서도 모니터링 인력을 시간선택제 임기제로 채워넣고 있지만 근로 조건이 열악해 지원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동작구는 CCTV 관제센터에서 1년간 근무할 시간선택제 임기제 15명을 뽑기 위해 지난주 채용 공고를 냈다.
결국 단기 계약직이 재난안전상황실 업무를 떠맡으면서 재난관리 대응 부실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전담자들이 재난사고 전문가도 아닌데다 잦은 퇴직으로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면 업무 연속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치구의 한 재난관리 담당자는 “세수 부족으로 예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추가로 전담 인력을 뽑기는 어렵다”며 “내년에도 인력 증원이나 근무 체계는 기존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력 운용이나 인건비 문제는 자치구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구청장이 방재안전직 정원을 늘리거나 기존 조직을 줄여서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