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이선균(48)은 왜 마약 범죄에 연루됐을까? 주위에서도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 질문은 ‘마약’보다는 ‘굳이 이선균이 왜’에 더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
이선균은 지난 20년간 스캔들 한번 없었다. ‘나의 아저씨’가 아무리 고단했다고 해도 마약에 손을 댄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연예인이 마약을 하는 이유는 몇가지로 나뉜다. 가수는 무대에 대한 공포감, 또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의 상실감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넷플릭스 ‘이두나’에서는 최정상 아이돌이었다가 어느 날 돌연 탈퇴를 선언하고 종적을 감춘 두나(수지)가 나온다. 아직 멘탈이 정상이 아닌 두나는 원준(양세종)을 만나면서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자신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경우는 독한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게 쉽지만은 않다. 내 속에 내가 너무나 많아 힘들 수 있다. 번아웃이 왔다는 배우도 있다.
그밖에도 연예인은 공통적으로 인기와 작품에 대한 강박으로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연예인이 모두 마약에 손을 댄다는 뜻은 아니고, 그중 극소수가 마약에 기댄다는 거다.
하지만 이선균은 그런 점을 감안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선균은 SBS 드라마 ‘법쩐’에서 회당 출연료로 2억원을 받았다. 16부작이니 32억원이다. 지상파에서 이 정도면 OTT로 가면 더 받을 수도 있다. 작품 2개만 하면 빌딩 한 채를 마련한다.
이선균 또한 마약 범죄에 연루되면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선균은 형사 입건되면서 내사자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 수사계는 이선균을 대마 외에도 법률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선균은 최근 촬영은 시작한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 하차했다.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 등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들의 개봉도 불투명해졌다. 최근 ‘남남’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그의 아내 전혜진에게도 불통이 튀면서 광고계에서 손절 당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모범 스타부부로서의 이미지가 깨지고 있다. 광고 위약금까지 합쳐 돈으로만 수백억원의 손실이다. 이렇게 잃을 게 많은 연예인이다.
이선균은 인기에 대한 강박이 생길 단계의 배우도 아니며, 부족할 게 없는 배우다. 앞으로 자연스럽게 인기가 떨어진다 해도 한 획을 그은 배우로 남을 수 있다.
이선균에게 마약에 손을 댈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는 데서 오는 허무함과 불안감이 작용해서일까. 아니면 벌만큼 벌어놓은 데서 오는 자만, 도덕적 해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제 연예인 마약 사건의 파장이 전보다 엄청나게 커졌고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아야 한다. 당사자는 활동중단, 자숙후 복귀가 아니라 퇴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버닝썬 사건 이후 그런 인식이 강화됐다.
유아인도 대마초 프로포폴만이 아닌 ‘코카인, 졸피뎀, 케타민’ 투약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선균의 혐의 내용중에는 ‘새끼마담’과 연관된 유흥업소 건도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마약청정국이 아니며 ‘힘쎈여자 강남순’과 ‘최악의 악’ 등 마약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적지 않다. 연예인 마약사건도 계속 이어지고 단순하지도 않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로 외국에서도 주목하는 어두운 면이 될 수 있다.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5억원이 넘는 연예인이 나오는 등 스케일이 커지면서 연예인을 노리는 마약조직 있을 수도 있다. 연예인 마약을 도적적 해이라는 개인 일탈로만 보지말고 좀 더 공적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근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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