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매월 29일, 30일이 되면 아들에 대한 모든 걸 떠올리면서 정말 괴로워해요. 그리고 이젠 10월이네요…아들이 한국에 간다고 신나서 여행 가방을 싸던 모습부터 어떤 선물을 사 올지 물어보던 모습까지 생생하게 기억나요.” (파스칼 게네고, 프랑스 희생자 리마무 게네고의 아버지)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9명 중에는 외국인 희생자도 26명으로 상당수 포함됐다. BBC코리아는 이태원 참사 1주년을 맞아 국내외 유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는 곳도, 언어도 모두 다르지만,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비슷했다.
‘아직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프랑스 요리사 리마무 게네고(34)는 한식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의 가족은 그를 “반짝반짝 빛나던, 전도유망한 청년”이라고 표현했다.
리마무의 사촌인 아이작은 “솔직히 말하면,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다른 국가도 아닌 한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토로했다.
아이작은 2018년 6개월간 한국을 방문했고, 그 해 이태원에서 핼러윈 데이를 기념했다.
그는 “당시에도 사람이 많아서 이태원역 안에 15분을 있었는데, 출구로 나와보니 경찰들이 인파를 관리하고 있었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영상과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경찰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참사 발생 몇 시간 전부터 군중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는데도 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파스칼은 “(이태원 참사가) 사고인 건 맞지만, 제대로 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더 많은 경찰이 있었어야 했고, 이태원을 관리하는 지역 공무원들도 핼러윈 데이에 수많은 사람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제대로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태원 참사 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가 부분적으로 밝혀졌으나, 유가족들은 더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윗선까지 포함하는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피의자 재판이 이뤄지고 있으나, 책임자가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다.
한국에 도시공학을 공부하러 왔다가 이태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알리 파라칸트(37)의 고모 마나즈는 “당시 경찰 130여 명이 그 지역을 관할하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것보다 많은 사람을 보내라고 할 수 있는 정책 결정권자가 아마 책임자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는 10만여 명이 방문했다. 경찰은 137명 배치됐는데, 이 중 질서 유지 및 안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지역경찰은 32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질서 유지 업무는 사실상 배치된 모든 경찰에 해당하는 업무라며, 코로나19 방역 목적으로 이례적으로 기동대가 동원됐던 2020년, 2021년을 제외하면 2017~2019년보다 오히려 경찰이 더 많이 배치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내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모인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한 최유진(22) 씨는 휴학 후 한국에서 작·편곡 공부를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고인의 아버지 최정주 씨도 특별법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딸을 비롯한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이 정쟁으로 외면받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집 밖으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둔 부모 마음이 어떤지 다른 사람들도 알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진보니 보수니, 여당이니 야당이니 하며 외면받고 무시당하는 모습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이게 과연 제가 알던 대한민국이 맞냐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이작은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에 정치 문제가 얽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진정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유가족의 고통을 이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에 도시공학을 공부하러 왔다가 이태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알리 파라칸트(37)의 고모 마나즈는 “가족의 삶도, 알리에 관련된 일도, 사실 그 어떤 것도 해결된 게 없다”고 전했다.
“이태원에서 159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들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자 한국의 미래이기도 하잖아요. 이들의 죽음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건 좀 슬픈 현실 아닌가요.”
국내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모인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한 최유진(22) 씨는 휴학 후 한국에서 작·편곡 공부를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고인의 아버지 최정주 씨도 특별법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딸을 비롯한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이 정쟁으로 외면받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집 밖으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둔 부모 마음이 어떤지 다른 사람들도 알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진보니 보수니, 여당이니 야당이니 하며 외면받고 무시당하는 모습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이게 과연 제가 알던 대한민국이 맞냐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이작은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에 정치 문제가 얽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진정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유가족의 고통을 이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나즈는 “가족의 삶도, 알리에 관련된 일도, 사실 그 어떤 것도 해결된 게 없다”고 전했다.
“이태원에서 159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들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자 한국의 미래이기도 하잖아요. 이들의 죽음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건 좀 슬픈 현실 아닌가요.”
‘이태원 참사 잊힌 이곳…외롭고 힘들어’
해외에 거주하는 유가족들은 공통적으로 외로움과 정보 접근성, 지원 등과 관련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알리의 부모님은 건강 문제로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며칠 후, 테헤란 공항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만나야 했다.
마나즈는 “특히 어머니 쪽은 우울증이 심해져서 건강이 굉장히 안 좋다”고 말했다.
“알리의 어머니는 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데,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거나 집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자주 말해요. 아직까지도 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를 받으면 더 이상 알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잃게 될까봐 그게 너무 두려워서 못 가겠다고 하고요.”
외교부는 이태원 참사 해외 유가족에게 운구 및 장례 비용과 위로금을 지원했다.
파스칼은 시신을 인도받기까지 주한 프랑스 대사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하면서도, 알리의 가족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어 심리 치료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외 유가족들은 “고통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을 힘든 점으로 꼽았다.
물론 일부 해외 유가족들도 자체적으로 모임을 결성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지원하는 국내 시민단체인 이태원시민대책협의회의도 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국내 유가족협의회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거리와 언어 등으로 인한 장벽은 존재한다.
파스칼은 “리마무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유일한 프랑스 국적자”라며 “이제 프랑스에서는 언론을 비롯해 아무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다. 외국인 유가족들은 인터넷에서 번역기를 사용해 이태원 참사 관련 뉴스나 SNS 관련 글 등을 찾아보고 있다.
마나즈는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그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며 “핼러윈인지 아닌지, 놀러 간 건지 아닌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씨는 “외국에서는 핼러윈이 (역사·문화적인) 의미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외국 귀신 놀이처럼 폄훼되고, 그런 곳을 놀러 간 것이 잘못이라고 하는 프레임에 갇혀서 아이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이태원 참사가 대한민국에 사회적인 의미로 안전이라든지, 어떤 많은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월이 되니까 마음이 많이 안 좋아요. 길 가다가, 책을 보다가, 또는 밥을 먹다가도 아이들 생각이 너무 많이 나거든요. 1주기를 꼭 어떻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만…그냥 (사람들에게) 이날이 이태원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보고,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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