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이 제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한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결의안은 러시아와 중국, 아랍에미리트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확전을 막고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또다시 무산됐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자국 입장을 반영한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지만 서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속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구호품 반입 개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식량과 물, 연료난 등에 시달리며 생존과의 싸움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안보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공식 회의를 열고 결의안을 논의했다.
먼저 미국이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교전을 일시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 결의안은 하마스와 다른 테러 집단의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을 명백히 규탄한다”며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접근이 신속하고 안전하며 방해받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군사행위의) 일시 중지를 요구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출안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0개국의 찬성을 얻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 아랍에미리트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부결됐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안보리 이사국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동시에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의 제출안은 모호함으로 가득찬 극도로 정치화된 문서”라고 비판했고,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미국의) 초안은 휴전과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요구를 반영하지 않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면서 거부권 행사 배경을 설명했다.
 |
|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에 마련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EPA] |
안보리는 이날 미국에 이어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도 표결에 부쳤지만 미국과 영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찬성국도 4개국에 그쳤고, 나머지 이사국은 기권했다. 러시아 주도 결의안에는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대결양상을 보이면서 중동 문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공전을 하는 가운데, 이어지는 공습으로 인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과 인도주의적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지난 21일부터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구호품 일부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전달되고는 있지만, 각종 물자 부족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추정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로 반입되고 있는 물자는 평소 반입량의 3~4%에 불과하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많은 피난민들이 하루 한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1인당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도 3리터 수준까지 줄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료시스템 마비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내 35개 병원 중 12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7개 주요 병원은 수용 능력을 훨씬 초과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환자들이 넘쳐나면서 의료진들은 새 환자를 위해 병상을 비워야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환자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