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축구에서 가장 나오지 말아야 할 부분 중에 하나가 ‘동선 겹침’이다. 1+1이 2 이상이 아니라 0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동료끼리 동선이 겹쳐 호흡 불일치로 찬스를 날리거나,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당연히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기분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선두를 달리는 토트넘 홋스퍼의 핵심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이 ‘동선 겹침’으로 경기 중 다툼을 벌였다. 24일(이하 한국 시각) 풀럼과 2023-2024 EPL 9라운드 후반전에 마찰을 빚었다. 결정적인 찬스를 ‘동선 겹침’으로 날린 뒤 서로에게 아쉬운 제스처를 취했다.
2-0으로 앞선 후반 30분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을 빼앗은 매디슨이 슈팅 찬스를 잡았다. 매디슨의 드리블이 다소 길어 중앙 쪽으로 쇄도하던 손흥민 쪽으로 공이 흘렀다. 손흥민과 매디슨 모두 슈팅을 머리에 그렸다. 결국 매디슨이 다시 공을 잡아 어정쩡한 마무리를 했고, 골키퍼의 방어에 막혔다.
득점 기회가 날아간 뒤 손흥민과 매디슨은 아쉬움을 확실히 표했다. 1+1이 0이 되는 상황이 나온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냈다. 실제로 둘 다 슈팅을 할 수 있었지만, 동선이 겹쳐 마이너스 효과를 낳았다. 결론적으로 매디슨의 슈팅을 손흥민이 방해한 꼴이 되고 말았다.
후반 9분 추가골을 합작하며 팀에 2-0 리드를 안긴 손흥민·매디슨 콤비는 함께 후반 37분 교체됐다. 이때도 냉기류가 흘렀다.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매디슨은 시선도 주지 않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로메로가 매디슨의 팔을 잡아 손흥민과 화해를 시켜 주려 했지만 매디슨이 찬바람을 내뿜으며 실패했다.
경기 후 손흥민과 매디슨은 나란히 ‘문제 없음’을 확실히 표시했다. 손흥민은 “제 실수였다. 앞뒤 상황을 잘 보지 못했다”며 “매디슨과 악수를 나눴다. 우리는 계속 좋은 사이를 유지할 것이다”고 힘줬다. 매디슨도 “우리는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 손흥민과 함께 뛰어 정말 기쁘다”며 “우리는 서로의 플레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손흥민과 호흡을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불화설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었다.
축구에서 ‘동선 겹침’은 매우 좋지 않지만, 또 자주 나오는 그림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공격하거나 수비를 할 때 ‘동선 겹침’이 생긴다. 완벽한 호흡을 맞추면 좋겠지만, 간혹 집중력을 잃거나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선수들도 사람이기에 엄청난 훈련을 해도 실수를 범하는 법이다.
결론적으로 손흥민과 매디슨은 잘 풀고 잘 마무리했다. 동료에 대한 신뢰를 쌓아갈 때 중요한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의사 표시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오해를 안 남기고, 더 돈독해질 수 있다. 손흥민은 이전부터 ‘절친’들과 강하게 부딪히며 자신의 의견을 잘 표출했다. 델레 알리, 해리 케인에게도 필요할 땐 그라운드 안에서 화를 냈다.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 잘못되거나 아쉬운 부분은 정확하게 털어냈고, 다음을 위해 잘 협력하며 ‘절친 모드’를 유지했다. 새로운 절친 매디슨과 관계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7번)과 매디슨(10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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