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그걸 실제로 보신다면 그런 느낌이 들 거다. ‘이거 맞나?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그런 장면이었다”
배우 류수영은 정글 한복판에 있는 쓰레기산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옆집 남편들-녹색 아버지회’에서 류수영은 스리랑카 암파라 근처에 있는 거대한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를 찾았다. 그곳에 날아온 새 한 마리가 쓰레기를 삼켰고 개 한 마리가 쓰레기를 물어 갔다.
류수영은 “우리가 아는 쓰레기”라며 “우리가 열심히 쓰고 버린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매립지에 있는 건 인간이 살기 위해, 편리를 위해 배출했던 생활 쓰레기였다. 외면해왔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류수영은 이곳에서 환경운동가이자 스리랑카 News 1st 기자 아찰라를 만났다. 류수영의 인사하며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찰라는 지역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8년간 지속적으로 보도 활동을 해왔고, 전 세계에 환경문제를 알린 인물이다.
쓰레기 산의 깊숙한 곳에는 더 참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쓰레기가 썩어 고인 물에 코끼리가 몸을 담그고 있었던 것. 류수영은 “인간이 만든 배설물에 목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마리의 코끼리가 쓰레기 산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류수영은 자연과 쓰레기 사이에 끼어버린 코끼리의 모습에 대해 “실제로 봤을 땐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며 “이상하고 불편했다”고 말했다. 모니터로 이를 보던 정상훈은 “쟤네 집에다가 우리가 쓰레기를 버린 것”이라며 말했다.
코끼리는 바로 옆, 먹을 것이 많은 숲을 놔두고 왜 쓰레기 산으로 오게 된 걸까? 아찰라는 “여기 버리는 음식쓰레기 중에 코끼리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며 “인간이 버리는 밥 같은 걸 먹으러 쓰레기장으로 온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매립지는 코끼리 이동지역 근처에 있었다. 코끼리 무리는 자연이 만든 집인 숲을 떠나 인간이 만든 쓰레기 지옥으로 향한 것이었다.
코끼리의 하루 평균 식사량은 100kg 이상이다. 코끼리들은 인간이 만든 쓰레기산에서 주린 배를 채우고 있었다. 코끼리는 음식물 쓰레기뿐만 아니라 다른 쓰레기도 먹었다. 초등학생의 지능을 갖고 있는 코끼리는 일부러 플라스틱을 먹지 않는다. 음식을 찾으러 오는 코끼리들이 많아 먹이 경쟁이 벌어져 보이는 쓰레기를 바로 먹게 됐다고. 음식 쓰레기와 플라스틱이 섞여 있어 코끼리가 음식 쓰레기를 먹을 때 플라스틱도 들어가게 됐다.
쓰레기를 먹어 소화기능이 점점 떨어진 코끼리들은 자극적인 음식 쓰레기만 찾다가 결국 쓰레기에 중독되어 갔다. 쓰레기를 먹은 코끼리들의 배설물에는 비닐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엉켜있었다. 류수영은 “차라리 배출한 게 다행이다”면서도 “근데 코끼리들이 이런 소화를 몇 번 더 해낼 수 있을까? 운 좋게 소화시키는 사례가 매일 매일 일어나지 않고 한 번이라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장에 꼬이거나 엉키거나 흡착되거나 그러면 죽는 거”라고 걱정했다. 플라스틱은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소화가 안 된 채 위장에 쌓인 플라스틱은 심각한 호흡기질환과 장결석을 유발한다.
6년간 쓰레기를 먹은 코끼리는 결국 탈이 나서 쓰려졌고 하루 만에 죽었다. 죽은 코끼리의 장 속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8년간 이 지역에서 20여 마리의 코끼리 죽었다. 현재 스리랑카 코끼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 목록에 올라가 있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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