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 실적설명회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LFP 배터리는 저가 제품으로 CATL 등 중국 업체가 주력으로 생산해온 배터리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단가가 저렴하고 화재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철을 주요 소재로 이용하는 만큼 배터리 무게가 무거워 주행거리는 삼원계보다 불리하다. 테슬라 역시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해 기존 모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데 주행가능거리는 짧게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상황에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를 투입해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테슬라를 기점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출시하거나 검토 중인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실적설명회 컨퍼런스콜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이어 전기차 시장에도 LFP 배터리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 셀 장점을 접목한 전기차용 LFP·리튬망간인산철(LMFP) 배터리를 개발해 성장이 예상되는 저가 전기차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며 “LFP 배터리와 LMFP 배터리를 각각 오는 2026년과 2027년에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LFP·LMFP 배터리 외에 ‘고전압 미드니켈(Mid-Ni)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LFP 배터리보다 이른 2025년 양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니켈과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망간을 더한 ‘망간리치(Mn-Rich) 배터리’도 중저가 제품으로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 중인 미드니켈 NCM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함량을 낮춰 가격이 기존 NCM 제품보다 10%가량 저렴하고 에너지밀도와 열 안전성 등은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LMFP는 LFP에 망간을 첨가한 양극 소재다. LFP보다 에너지밀도를 15~20%가량 높여 주행가능거리를 늘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비용은 LFP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밀도를 개선하면서 우수한 안전성과 낮은 생산비용을 기대할 수 있어 LFP 단점을 보완하면서 장점을 살린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하는 소재 업체와 완성차 업체도 마치 약속한 것처럼 이번 실적발표에서 LFP 배터리를 언급해 눈길을 끈다. 지난 24일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드니켈과 망간리치, LFP 등 중저가 배터리 수요 대응을 위한 양극재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중저가 배터리 포트폴리오와 일치하는 구성이다. 25일 새벽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실적발표에서 저가형 전기차 모델인 신형 볼트EV에 LFP 배터리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재부터 배터리와 완성차까지 동일한 공급망에 속한 주요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LFP 배터리 등 중저가 제품을 언급한 것이다. 특히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사업은 철저하게 수주를 기반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공급망을 공유하는 3개 업체의 이번 동시다발적인 발표가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에 맞춰 수정한 원통형 배터리 생산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을 북미지역 ‘46시리즈(지름 46mm 원통형 제품, 4680)’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생산은 당초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리비안과 루시드 등 일부 다른 전기차 업체도 해당 규격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2170(지름 21mm 원통형 제품)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려던 계획을 수정했다. 생산 규모도 연간 27기가와트시(GWh)에서 36GWh로 확대할 예정이다. 생산계획을 수정했지만 공장 완공과 양산 시점은 오는 2025년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이와 함께 2170 제품 생산 거점은 중국 남경 공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국내에 있는 ‘마더팩토리’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조성 중인 46시리즈 파일럿 라인의 경우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오창 에너지플랜트는 배터리 연구개발(R&D)과 제조 중심지로 해외 신규 공장들의 제품 완성도를 사전에 확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3분기 실적은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이 8조22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고 영업이익은 7312억 원으로 40.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실적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세액공제(Tax Credit) 금액은 2155억 원이다. 올해 2분기 세액공제분(1109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그만큼 배터리 생산물량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늘어난 세액공제분과 3분기 실적을 비교하면 상반기에 비해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를 감지할 수 있다. 세액공제분이 2배 가까이 증가해 배터리 생산·판매가 크게 증가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소폭 상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미국 GM 합작1공장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생산성이 증대됐지만 전기차 수요 약세와 일부 전기차 생산 조정, 주요 메탈가격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창실 부사장은 3분기 실적에 대해 “유럽 수요 약세와 일부 고객사 전기차 생산 조정, 상반기 메탈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전 분기 대비 6%가량 하락했다”며 “하지만 고수익 제품 중심 판매 확대와 GM 합작공장 등 북미 생산성 증대, 비용 효율화 노력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4분기 전망의 경우 어려운 경영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와 주요 메탈가격 하락 등의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북미지역 수요는 견조하고 ESS 사업부문 성장 등 기회요인도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품에 대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력 제품 기술 개선과 안전성 강화, 신규 소재 적용 등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CEO 부회장은 “프리미엄부터 중저가까지 모든 제품군에서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갖춰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삼고 세계 최고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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