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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중국 업체가 장악한 중저가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진출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저가형 모델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자 중저가 시장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LG엔솔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를 높이는 등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프리미엄부터 중저가 수요까지 모두 잡겠다는 포석이다.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5일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저가형 전기차(EV) 시장 대응을 위한 제품 포토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파우치가 가진 셀 무게, 공간 활용률 등의 강점을 결합하고 셀 구조 개선과 공정 혁신 등을 추진해 LFP 배터리는 2026년, 리튬망간인산철(LMFP) 배터리는 2027년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가 주력인 LG엔솔이 LFP 배터리 생산 시점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엔솔이 LFP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맞불을 놓기로 한 것은 현재의 프리미엄 제품만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CATL·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이 주로 만드는 LFP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완성차 업체들을 공략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단점을 가격 경쟁력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보급형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것도 LFP 배터리 채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순수 전기차(BEV) 중 LFP 배터리를 사용한 차량 비중은 40%까지 올랐다. 2018년 8%에서 4년 만에 점유율이 5배로 커진 것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진 중국을 중심으로 LFP 배터리 점유율이 급증했지만 전기차 대중화로 향후엔 미국에서도 보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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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은 이날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31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0.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역대 최대 규모다. 매출은 8조2235억 원으로 같은 기간 7.5% 늘었다.
이창실 부사장은 “유럽 수요 약세, 일부 고객의 전기차 생산 조정, 상반기 메탈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전 분기 대비 약 6% 하락했다”며 “하지만 고수익 제품 중심의 판매 확대, GM 합작법인(JV) 1기 등 북미 신규 라인 생산성 증대, 비용 효율화 노력 등으로 영업이익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LG엔솔은 원가 혁신과 생산효율 극대화로 수익성을 높여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올해 3분기까지 미국 GM 합작공장 신규 생산 증설 등에 7조6000억 원을 투자한데 이어 연말까지 10조 원(누적) 이상의 투자 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10월 기준 수주 잔고는 500조 원으로 2분기말 대비 60조 원이 늘었다. 최근 일본 토요타와의 배터리 중장기 공급 계약이 반영된 결과다.
LG엔솔은 근본적 제품 경쟁력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NCMA의 경우 열제어 기술 향상과 신규 소재 적용 등을 통해 성능을 차별화한다. 80% 중후반 정도였던 니켈 비중을 90% 이상까지 늘려 에너지 밀도를 올리고 열 관리 솔루션 강화를 통해 안전성을 더욱 높이기로 했다. 고용량·고효율 실리콘 음극 소재를 활용해 급속 충전 시간도 15분 이하로 낮춘다. 이를 통해 주요 고객사들의 프리미엄 전기차 관련 수주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애리조나 신규 생산공장은 북미 지역 ’46-시리즈(직경이 46mm인 원통형 배터리)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완성차 고객들로부터 46-시리즈 제품 채용 요구가 늘어나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당초 27GWh 규모로 2170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수정했다. 생산능력도 기존 27GWh에서 36GWh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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