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함정을 만드는 HD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육군 출신 장성을 부사장에 앉혔다. 함정 사업에 육·해·공 통합 방위 개념을 접목한다는 것이 발탁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펼쳐질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 장차관 모두 육군 출신에다 KDDX 사업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 수장 역시 육군 출신인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같은 육군 출신 인사를 영입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2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김종배 예비역 육군 중장을 특수선사업부 부사장(전문위원)으로 임명했다. 육군사관학교 36기 출신인 김 부사장은 합동참모본부 합동작전과장, 작전1처장 등을 지냈다.
특수선사업부는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부서다. 이 부서에는 해군 출신 대령급이나 일부 장군급을 데려오는 사례가 일부 있었다. 육군 중장급을 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중공업은 김 부사장이 함정 사업에 통합 방위 개념을 접목할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이례적인 행보를 두고 KDDX 수주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진행한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이 육군 출신인 김 부사장을 구원투수로 선발한 것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군 관련 부처 고위직에 육군 출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육사 37기)에 이어 김선호 국방부 차관(육사 43기·예비역 중장)이 임명되면서 국방부 장차관이 모두 육군 장성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특히 신 장관은 김 부사장의 육사 1기수 후배다.
엄동환 방사청장 역시 육군 출신으로 육사 44기다. 방사청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6000t급 KDDX 6척을 발주한다. 총 사업비가 무려 7조8000억원 상당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군에서 전역한 지 얼마 안 되는 군 인사들, 특히 해군 관련 인사들을 발탁하는데 2015년 전역한 인원을 영입한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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