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소매, 현대글로비스는 도매…직접 사업연관성 없어
인증증고차 판매 외 잉여물량 경매 처분시 현대글로비스 물량 확대 효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어떤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 26일부터 인증중고차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00부터 는 기아도 인증중고차 판매에 나선다.
현대차그룹 내에는 이미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1년부터 중고차 경매 사업을 시작해 현재 경기도 분당과 시화, 경남 양산에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출품 대수는 10만대를 넘어선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사업이 직접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B2C 사업이라면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물량을 중소 딜러들에게 공급하는 B2B 개념이다. 당장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우리가 중고차 도매업이라면 현대차‧기아는 소매업인 셈”이라며 “(현대차‧기아가) 물량 매집까지 자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매입 물량이 쌓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기존 영세사업자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사업조정 권고안에 따라 앞으로 2년간 자체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한다.
현대차의 경우 내년 4월까지 중고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9%를 넘지 않도록 하고, 2025년 4월까지는 4.1% 이내의 점유율을 유지할 예정이다. 기아는 내년 4월까지 2.1%, 2025년 4월까지 2.9%로 점유율을 제한했다.
2025년 4월까지 양사의 합산 점유율이 7%를 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매입 물량이 점유율 한도를 초과할 경우다.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없는 잉여 물량을 해소할 루트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중기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해 중고차 사업 진출이 가능해지자 중고차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해당 분야 선도 업체다.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잉여 물량을 처분하는 데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계열사 중에 전문 업체가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가 굳이 생소한 분야에 중복 투자할 이유가 없다.
현대차‧기아는 ‘트레이드 인(중고차 매입 연계 신차 보상판매)’ 서비스를 통해 확보하는 중고차 물량만 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부 직원의 차량 교체 수요도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현대차 기아 직원들은 2년에 한 번 할인을 받고 자사 차량을 구매할 수 있어 할인율이 높은 장기근속자의 경우 상당수가 정기적으로 타던 차를 팔고 새 차를 산다.
현대차의 경우 인증중고차로 판매가 가능한 ‘구매 후 5년 이내이면서 주행거리 10만km 이내인 자사 브랜드 차량’ 뿐 아니라 타사 브랜드나 연식이 오래된 차라도 중고차로 매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증중고차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물량이 대거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기아는 자사 차량만 중고차로 매입하고, 되도록 인증중고차로 판매 가능한 범위 이내로 물량을 제한한다는 방침이지만, 트레이드 인 등으로 유입되는 중고차로 인해 불가피하게 물량 과잉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현대‧기아차의 잉여 중고차 물량이 경매로 처분될 경우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경매 사업 규모도 기존보다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점유율 제한이 종료되는 2025년 4월 이후에도 인증중고차 판매 기준에 맞지 않는 타사 브랜드나 연식이 오래된 차는 계속해서 경매 물량으로 나오게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아는 인증중고차로 판매 가능한(점유율 한도 이내) 물량만 매입할 계획이고, 현대차의 경우 브랜드나 연식 무관하게 중고차를 매입할 예정”이라면서 “인증중고차로 판매되는 물량 외 중고차는 어떤 방식으로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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