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지난해 신용카드 이자와 수수료만 약 1300억달러(약 176조원)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연체료도 두 자릿수 급증했다. 고금리,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상황은 한층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25일(현지시간)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이자는 1050억달러, 수수료는 25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CFPB가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금액이다. CFPB는 “미국인들이 신용카드로 더 많은 지출을 하고 대출 관련 비용이 증가하면서 2021년 중반부터 이자 비용도 증가세”라고 전했다.
최근 월렛허브가 연방금융기관검사위원회(FFIEC)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별도의 보고서에서도 지난해 미국 내 신용카드 소지자가 이자와 수수료로 지불한 금액은 약 1638억9000만달러로 추정됐다. 렌딩트리의 매트 슐츠 최고신용분석가는 “2023년 금액이 더 커졌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3월부터 무려 11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신용카드 대출금리 역시 사상 최고수준으로 뛴 상태다. 하지만 높은 생활비로 인해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의존도는 더 커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채무는 지난 2분기 1조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비교해 신용카드 계좌도 700만개 이상 늘어났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법인이 아닌 일반 목적의 미국 신용카드 계좌 10개 중 1개꼴(9.9%)로 ‘지속적인 부채’ 상황이 확인됐다. 이는 원금 상환보다 수수료, 이자를 더 많이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율은 팬데믹 이전인 2021년 8.4%보다도 더 높아졌다. CFPB는 배경으로는 인플레이션 조정 이후 급여 감소, 차입비용 증가 등을 지적하며 “사람들이 이자, 수수료에 갇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신용카드 연체료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145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 연체료는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40억달러를 돌파했다. 신용점수가 낮은 이들일수록 연체료로 인한 타격도 컸다.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신용카드 계좌는 전체의 6%에 불과했으나, 작년 연체료의 28%를 차지했다. 반면 신용점수가 높은 이들이 연체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수준이었다. CFPB는 연초 연체 수수료를 8달러로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밖에 일반 목적의 신용카드 계좌 중 13%는 매달 신용카드 지불액의 최소 금액만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신용카드 계좌로만 살피면 이러한 비중은 약 3분의 1(31%)에 달했다. CNN방송은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신용카드 대출 중 최소금액만 지불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대출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상환기간도 지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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