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청계천 이어 4대강 방문…박근혜, 선친 추도식서 與지도부 만날듯
문재인은 페이스북 소통…전직 대통령들 총선 영향력 ‘제한적’ 관측
(서울·여주=연합뉴스) 차지연 박경준 김철선 기자 = 총선을 6개월 앞둔 정국에서 전직 대통령들이 서서히 보폭을 넓히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면·복권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개 행사에 잇달아 참석하고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으로 지지자들과 소통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직 대통령 3인 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인물은 이 전 대통령이다. 이날 재임 시절 조성한 4대강 16개 보 중 하나인 경기 여주 강천보를 작년 12월 사면 이후 처음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보 해체 반대 활동을 해온 전국 16개 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초청으로 강천보 걷기 행사에 참석해 “4대강은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면서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현 문체부 장관이 주연을 맡은 연극 ‘파우스트’ 관람, 서울시장 재임 당시 복원한 청계천 방문, 중소기업중앙회 포럼 기조연설에도 나섰다.
오는 12월 13∼21일에는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서예전을 열고 100여점의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12월 특별사면 이후 대구 사저에 칩거해 온 박 전 대통령도 최근 공개 행보를 늘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추도식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대구 사저에서 김 대표를 만났던 박 전 대통령이 한 달여 만에 다시 여당 지도부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달 추석을 앞두고 사저 인근 전통시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가 총선을 앞두고 옛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을 각각 지원 사격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중심으로 당이 재편된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선거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공개 행보를 계속하더라도 큰 정치적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편에선 두 전직 대통령의 움직임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 여당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강천보 행사에서 “젊은이나 나이 든 분이나 모두가 어려울 때일수록 나라를 걱정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고 사랑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처럼 공개 행사에 참석하기보다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자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지난 달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처음 서울을 찾았을 만큼 여의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에는 평산책방 소식을 비롯한 일상 관련 글을 주로 올리지만, 종종 정치권 현안 관련 입장도 밝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책을 소개하며 부동산과 관련한 언급을 했고, 지난달에는 고용정책,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잊힌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총선과 관련한 문 전 대통령의 영향력도 사실상 거의 없을 것이라고 야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통계 조작 등 전임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의 수사가 강도를 더할 경우 상황에 따라 이를 지적하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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