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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예일 뛰어넘자”…日정부, 100조 펀드 굴려 통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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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예일 뛰어넘자'…日정부, 100조 펀드 굴려 통큰 지원
도쿄대 기금운용부가 위치한 도쿄대학 본향지구 캠퍼스 내 야스다 강당.도쿄=이충희 기자

“일본은 노벨상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학들의 경쟁력이 저하돼 사회적 우려가 큽니다. 이 부분을 걱정한 정부가 대학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10조 엔(약 100조 원) 규모의 펀드를 직접 조성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용을 시작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만난 키다 마사카즈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JST)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정부가 민간 대학 도우미로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의 자체 기금운용 규모는 각각 4조5000억 엔과 3조3000억 엔에 달한다. 반면 일본에서 가장 큰 대학 기금을 보유한 게이오대는 870억 엔에 불과하다. 와세다대(300억 엔)와 도쿄대(150억 엔) 등 내로라하는 일본 대학들의 기금도 미국 대학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 정부의 문제 의식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미국 대학 대비 적은 기금 규모→연구개발 지원 부족→대학 순위 하락→국가경쟁력 쇠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과감한 재정 투입이었다. 자체 대학 기금으로 튼튼한 재정을 구축한 미국 대학을 빠른 시일 내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키다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 CIO는 “미국 대학과의 자금력 격차를 개별 대학이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펀드를 만들고 그 운용 수익을 각 대학 연구개발비로 지원하면 세계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펀드를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통큰’ 투자를 계획했다. 하버드와 예일의 기금을 더한 규모가 7조8000억 엔인 만큼 이를 뛰어넘는 10조 엔짜리 펀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 관련 법부터 개정했다. 문부과학성 산하 단체로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을 시행하는 JST 안에 펀드 운용조직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듬해부터는 민관의 전문 인력을 끌어모아 운용 준비를 시작했다.

키다 CIO 역시 교토대 경제학부를 나와 일본 농림중앙금고에서 투자 심사를 담당했던 전문가다. 나머지 운용 인력들도 일본 내 주요 금융사 출신들로 채워졌다. 골드만삭스와 핌코 등 글로벌 기관에서 투자를 담당했던 전문가들도 JST에 합류하면서 현재 운용 인력은 44명까지 늘었다.

키다 CIO는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국 대학들이 전세계 대학 랭킹을 휩쓰는 사이 일본 대학 순위는 제자리 걸음한 것도 정부의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 QS의 2022년 대학 랭킹 ‘톱10’ 가운데 9곳은 미국과 영국 대학이었다. 중국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각각 12위와 14위에 올라 아시아 최고 대학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 최고 대학인 도쿄대는 23위에 머물렀고 ‘톱100’ 내 일본 대학은 5곳에 불과했다. 한국이 서울대(29위)를 포함해 총 6개 대학에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과도 대비된다.

키다 CIO는 “일본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전세계 상위 10% 논문 수에서 4위를 차지했지만 2017~2019년엔 10위까지 떨어졌다”면서 “같은 기간 중국은 13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펀드가 물가상승률을 제외하고 연간 3% 수익을 낸다는 가정 아래 매년 수익금 3000억 엔을 대학에 연구개발비로 지원해주려고 한다”며 “2026년 3개 대학을 선정해 연구비 지원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펀드 출자는 일본 정부가 책임졌다. 일본 재무성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정부 차원의 의지가 강했다. JST는 지난해 약 5조1000억 엔을 처음 지원 받아 운용을 시작했으며 올 초 추가로 약 4조9000억 엔을 더 받아 전체 10조 엔 규모의 펀드 조성을 완료했다. 키다 CIO는 “재무성이 1조1000억 엔을 직접 출자했고 나머지 약 8조9000억 엔은 대출 형태로 지원 받았다”면서 “대출금은 20년 거치 이후 20년 간 연 0.05~0.30% 이자율로 원리금을 함께 갚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JST는 펀드 수익률 향상을 위해 향후 펀드 내 투자 자산군을 사모펀드(PEF)나 부동산 같은 대체자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글로벌 채권과 주식 투자 비중이 각각 54%, 17%로 가장 높지만 향후에는 대체자산 투자 비중을 훨씬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예일 뛰어넘자'…日정부, 100조 펀드 굴려 통큰 지원
키다 마사카즈 JST 이사. 도쿄=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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