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서울경찰청이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수도권 일대 오피스텔 150여 채를 소유한 50대 임대인 김 모 씨의 전세 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에도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라고 합니다.
국토교통부의 수사 의뢰와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피해 규모 등을 조사 중이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임대인 김 씨의 전세 사기죄가 성립될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전세 사기임을 입증해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십 명에 달하는 세입자들은 지난해부터 임대인 김 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변호사를 선임해 보증금반환 소송을 하거나, 전세대출을 연장해 어쩔 수 없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세입자는 부모님으로부터 어렵게 도움받아 마련한 전세금을 김 씨에게 떼이고 고향으로 내려가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임대인 김 씨는 갚겠다는 의사는 밝히고 있으나 이달 계약이 만료된 임차인의 경우 임대인 김 씨로부터 “이미 앞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있으니 기다리라”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입자 A씨는 “1년 전부터 반환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보증금이 밀려 있으니 기약 없이 기다리라고만 했다. 그러나 정작 돌려받았다는 임차인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계약당 보증금 규모도 수억이다. 임대인 김 씨가 가지고 있는 원룸 오피스텔만 150여 채에 달하니 언제 내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전세 보증금을 한 푼 받지 못한 40여 명에 달하는 세입자들은 어떻게 임대인 김 씨의 전세 사기를 입증해야 할지, 과연 임대인 김 씨의 전세 사기죄가 성립될지 매우 불안한 심정입니다. 정부가 들고나온 피해 구제책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꼭 사기죄 성립이 전제돼야 합니다.
특히, 임대인 김 씨가 보증금을 언젠가는 돌려주겠다는 변제의사와 현재 일신상의 이유로 경찰 출석은 미루고 있지만, 도망가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기 때문에 전세 사기로 보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죠.
김예림 법무법인심목 대표변호사는 “사기죄 성립에 유리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기망행위(남을 속이는 행위)로 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도 “단순히 보증금 미변제만으로 사기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며 “계약할 당시에 임차인 측도 해당 부동산(매물)의 선순위나 시세 확인이 꼭 필요했을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만약 전세 사기로 보이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현재 세입자들은 이 막막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요. ‘애초에 전세 세입자를 속일 의도가 있었냐?’로 사기 여부가 달라지는 만큼 지금 당장 세입자들은 임차권 등기를 걸고 경매 절차를 밟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김예림 변호사는 “임대인의 전세 사기 혐의로 형사처벌 하는 것과 관계없이 민사상 소송과 경매는 보증금반환을 위해 필요한 절차”라며 “다른 방법은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 사기라고 하더라도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어차피 민사소송 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이때 이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임차권 등기를 하고, 임대차 보증금반환 청구 소송 제기해 판결받고 강제 경매해야 한다. 전세 사기가 성립하면 가해자가 형사 처벌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진태인 집토스 중개사업팀장도 “사기는 ‘법률행위가 있기 전 즉, 처음부터 속일 의도를 가지고 있었느냐’로 보통 판가름 된다. 추후 임대인이 어떻게 할 것인지는 도의적 문제일 뿐”이라며 “임차권 등기를 걸고 경매신청을 하는 방법이 최우선”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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