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도 대입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고정된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 위해 26일부터 전국 각 의과대학이 원하는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시작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서는 빠졌던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소규모 의대 1곳당 학생 정원이 최소 80명 이상 돼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입학 정원이 50명 이하인 소규모 의대는 17곳이다. 이중 가천대·성균관대 등 수도권 의대 5곳을 제외한 12곳은 모두 지방 의대다. 이들 의대 정원이 80명까지 늘어나면 전체 의대 정원은 최소 510명 이상 증원돼야 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교육부와 함께 각 의대 교원, 시설 등 현재 교육역량과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한 조사를 이날부터 실시한다. 우선 전국의 의과대학들로부터 구체적인 추가 입학 정원 규모를 제시하라고 할 방침이다.
지방의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가 가시화한 만큼 대부분 지방 의대들은 입학 정원 확대에 적극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방 의대들은 10년 이상 진료 경력의 전임교수, 실습 병원 등 의료 교육 여건이 갖춰져 있는 반면 수도권 쏠림이 심화하면서 필수의료 전공의 수급 등에는 애를 먹어왔다.
정부는 각 의과대학에서 제출한 증원 수요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내달부터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반장(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의학계, 교육계, 평가전문가 등 전문가, 복지부·교육부 관계자로 구성된다. 이들은 의과대학의 증원 계획 서류를 검토하고, 현장점검 결과를 토대로 최종 증원 수요와 수요역량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복지부는 “수요조사, 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2025년도 대입부터 증원 여력이 있는 의대에 우선 증원하고, 수요는 있지만 추가적인 교육 역량 확보가 필요한 의대는 2026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에서 요구하는 의대 신설은 후순위 고려 대상이다. 기존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더라도 의사 양성에 10년이 걸리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다는 것이다. 의대 신설을 위해서는 110명의 전임교원 확보, 500병상 이상 규모의 실습 병원도 둬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운 탓에 입학생을 받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기존 의사가 지방·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패키지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필수·지방의료 공백의 원인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노력 대비 보상이 낮고, 법적 책임 등 위험 부담이 따르는 데 있다”는 의료계 지적을 수용한 데 따라서다. 예컨대 중증응급, 고난도, 고위험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수가가 낮은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공공정책수가를 신설한다. 또 필수의료 분야 형사처벌 특례 확대,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 지원 등 필수의료 종사자에 대한 민·형사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논의 주체를 의료계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등과도 고루 소통할 것임을 다시 한번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논의를 ‘9·의정 합의’에 따라 의정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서만 소통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올해 초부터 14차례 협의체가 열렸지만 큰 진전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와 의협의 시각차가 큰 탓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협의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건의료 직역 및 전문가,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관련 단체 간담회, 지역의료 현장방문 등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장관은 “의사인력 확대는 인구 초고령화에 대비하고 의료수급 안정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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