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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기지 않는 이태원의 눈물] 영업 중단한 상인·2차 가해 생존자…”이태원 낙인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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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부근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서 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사진 백소희 기자
지난 25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사진= 백소희 기자]

“살려달라고 내뻗는 손,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 누군가를 구하려 절규하는 사람들···.” (생존자 이주현씨)

“완전히 폭탄 떨어진 거지 뭐. 피난민이나 다름없어요.” (이태원 상인 김모씨)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피해자들은 상흔을 떠안고 일상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생계에 타격을 받은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상인들은 점차 매출 회복세를 찾아가는가 하면, 생존자들은 참사 당시를 증언한 책을 발간하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참사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기억 안 하면 참사 반복”…생존자들이 아픈 기억 끄집어낸 이유

 

발언하는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생존자 유가족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25
    monynacokr2023-10-25 120137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생존자 유가족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생존자 이주현씨는 “핼러윈데이치고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수준도 아니었다”며 참사 1년여 만에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애써 묻어둔 기억을 세상에 내보이기로 한 이유는 “보통 사람들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지난 25일 10·29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지인들의 증언록을 담은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창비) 기자간담회에서 “올바른 정보가 주어지고, 옳은 사실관계를 알려주면 (중략) 고인에 대한 모욕만큼은 더 이상 못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입을 연 계기를 설명했다. 

생존자 서병우씨도 “식당에서 영업이 종료됐다길래 이태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집으로 가자고 했어요”라며 참사 당시를 떠올렸다. 이씨와 서씨 등 피해자들은 축제를 즐기거나 일상생활의 연장선에서 우연히 이태원에 방문했다 참사를 마주했다. 서울 한 복판에서 159명이 희생된 압사사고에 대한 책임이 떠넘겨지는 사이 ‘왜 그런 곳에 놀러갔느냐’는 조롱은 생존자와 피해자 유가족을 더 멍들게 하는 2차 가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의현씨의 누나 김혜인씨는 “유가족으로서 기억되지 않은 참사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왜 갔느냐가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느냐고 묻고 기억해야한다”며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임대·임대·임대”…공실 천지된 이태원 골목

 
지난 24일과 25일 기자가 찾은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발길이 뚝 끊겼던 참사 직후에 비해 외국인 단체 관광객과 퇴근 시간 이후 모여드는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상인들은 매출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심심찮게 보이는 텅 빈 가게와 ‘임대’ 문구는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한 이태원을 보여주는 듯 했다. 

건물 한 층이 통째로 비어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상인 김모씨는 이곳에서 한 때 중국 요리 전문점을 운영했었지만 현재 1·2·3층이 통째로 비었다. 참사가 발생하기 불과 한 달 전, 아들·딸과 나란히 확장했던 곳이어서 김씨의 상심은 더 크다.

 

지난 24일 오후 3시 50분 서울 이태원역 인근 세계음식문화 거리에 있는 T자 골목 앞 건물에 임대 문의가 붙어 있다 사진백소희 기자
지난 25일 오후 5시께 서울 이태원역 인근 세계음식문화 거리에 있는 건물에 전층 임대 문의가 붙어 있다. [사진=백소희 기자]

김씨는 이태원 참사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 자신을 ‘전쟁 피난민’에 비유했다. 지난 9년간 음식점을 운영해오고, 보금자리까지 마련했던 이곳 이태원은 김씨에게는 이제 ‘넌덜머리가 나는’ 공간이 됐다. 지난 25일 김씨는 이태원을 벗어나 살 곳을 돌아보고 오는 길이었다. 저녁 손님 맞이 준비가 한창인 다른 가게들과 김씨의 모습이 대비됐다.
 
그는 “참사 직후 제대로 장사도 해보지 못하고 월세만 3개월 밀려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 보증금은커녕 철거비 2000만원도 더 물어주게 생겼다”며 “소주·맥주 재고는 아직까지 남았다. 재고 보관을 위한 창고 비용도 계속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의 가게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 빈 가게 내부를 훤히 드러낸 통 유리창에 ‘임대’ 문구가 선명한 흰 종이가 눈에 띄었다. 이곳 건물주는 “참사 이후 바로 건물을 내놨는데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참사 여파로 계약이 종료된 곳에 경기 침체가 겹쳐 좀처럼 새로운 임차인이 나타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425일 이태원역 부근의 위치한 상점들에 임대 문의가 붙어 있다 사진백소희·정윤영 기자
지난 24, 25일 이태원역 부근 상점들에 임대 문의가 붙어 있다. [사진=백소희·정윤영 기자]

1년간 외국인 방문객이 이태원 상권 회복세를 이끌었지만,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1일 이태원역 부근에서 카페를 개업한 박모씨(45)는 “올해 6월까지는 손님이 뜸하다 관광객들이 주로 오고 국내 손님 방문은 아직도 저조한 편”이라며 “지금도 10월 개업 때 비하면 (매출이)4분의 1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핼러윈’ 특수도 옛말이 됐다. 이태원역 1번출구 부근에서 코스튬 용품을 판매하는 강모씨(78)는 “이 가게가 할로윈 물품 파는 가게 중 가장 큰 가게”라며 “원래 10월 31일이 가까워질수록 매출이 올라가는데 작년 이 맘 때만 못하다”고 토로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태원은 다양한 세계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며 이태원이 ‘낙인의 공간’이 돼선 안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태원은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즐겨야 하는 공간이자 앞으로 살아가는 데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 젊은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어른들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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