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비중 82% 넘어
고금리에 연체율 악화
건전성 관리 ‘적신호’
“경쟁사에서 기업대출 금리를 50베이시스포인트(bp·1bp=0.01%p) 이상 낮추면서까지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역마진을 감내하고서라도 대출 점유율을 일단 늘리고 보겠다는 거죠. 이같은 출혈경쟁은 도저히 당해 낼 재간이 없어요. 일선 영업 직원들의 피로도도 극심한 수준입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기업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가운데, 기업 역시 금리 하락 기대감으로 회사채 발행보다 대출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업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출혈경쟁이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이달 24일까지 기업대출 잔액은 760조 3229억원으로 지난달 말(756조 3310억원)보다 3조9919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전월 (8조 8420억원)보다 훨씬 적지만, 한 달도 안 돼 약 4조원이나 늘어났다. 기업별로는 대기업대출 잔액이 135조 4587억원,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잔액이 624조 8642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대출 비중만 82%를 넘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기업대출이 많은 편이었다. 하나은행은 공격적인 기업대출 영업으로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국민은행에 이은 2위권을 사수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2027년까지 기업대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기업금융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업과 가계대출 비율을 현 50대 50에서 3년 후 60대 40까지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5대 은행은 올해 초부터 기업대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756조 3310억원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52조 6565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증가폭은 하반기 들어서 ▲7월 6조 5790억원 ▲8월 8조 5974억원 ▲9월 8조 8417억원 등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 은행 간 심화하는 대출 경쟁은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는 5.30~5.49%로, 1분기보다 금리 하단이 0.15%포인트(p), 상단이 0.12%p 낮아졌다.
문제는 기업 경영 여건 악화로 기업대출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0.31%로 전년 동기(0.18%) 대비 0.13%p 올랐다. 고금리 장기화로 중소기업 연체율은 더 나빠질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계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부감사 기업 2만5135개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은 15.5%에 해당하는 3903개로 나타났다. 지난해(14.9%)보다 높은 비중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총이자비용을 나눈 수치로 1을 넘지 못하면 벌어들인 돈보다 지급해야 할 이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20곳 중 3곳 이상은 ‘좀비기업’이라는 의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이달 19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 7321억원으로 9월 말(682조 3294억원)보다 3조 4027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금리가 7%를 넘었음에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잔액 모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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