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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치열한 삼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장남이 부통령 후보로 등록, 출사표를 던졌다.
26일 자카르타포스트·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던 전날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현 국방부 장관 겸 그린드라당 총재는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 수라카르타(솔로) 시장과 러닝메이트로 각각 대통령·부통령 후보에 등록했다.
이번 대선에는 당초 예상대로 프라보워 국방장관과 간자르 프라노워(54) 전 중부 자바 주지사, 아니스 바스웨단(54) 전 자카르타 주지사 등 세 후보가 출마했다.
프라보워 국방장관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러닝메이트’ 기브란 시장은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다. 군 출신 프라보워는 2014년과 2019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모두 조코위 대통령에게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조코위는 정적이었던 프라보워를 국방부 장관으로 앉혔다. 조코위의 열혈지지단체도 프라보워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장남인 기브란 시장이 부통령 후보로 러닝메이트가 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조코위 대통령도 지지를 보내는 것이란 분석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재선에 성공, 임기를 1년도 안 남겨두고 있지만 친서민적 행보로 지지율이 80%에 이른다. 헌법 규정에 따라 3선 도전은 막혔지만 아들과 친인척을 통해 대통령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장남인 기브란 시장은 당초 대통령·부통령 후보 출마를 위한 최소 연령을 40세로 제한한 인도네시아 선거법에 따라 출마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관련 헌법 소원을 받아들여 선출직 경력이 있는 사람은 연령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기브란에게 길을 열어줬다.
이 과정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이자 기브란 시장의 고모부인 헌재 소장은 사건을 기피하지 않고 참석했다. 3선 제한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도 사실상 정치왕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프라보워는 세 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지만(37%), 2위인 간자르 후보(35%)와는 2%포인트 차이에 불과한데다 1990년대 후반기 민주화 운동가 납치 사건에 연루됐단 의혹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선은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내년 2월 14일 선거에서 과반 득표와 절반 이상의 주에서 20% 이상의 득표를 확보하는 등 압도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
만약 1·2위 후보만을 놓고 내년 6월 결선 투표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대선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 조코위 장남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삼은 프라보워가 ‘친서민’ 조코위의 후광을 그대로 이어받아 지지율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릴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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