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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챌린지’ 직접 해보니…150원 차이가 피부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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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생활비는 3만원. 2만원은 식비 등으로 쓰고, 1만원은 비상금으로 가지고 다녔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솔직히 고백한다. 계획 없이 돈을 썼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 주저함이 없었고, 편의점에서도 가격표를 보지 않고 물건을 집어 들었다. 지난달 카드 명세서를 받아 들고는 결심했다. 현금 챌린지를 시작하기로.

최근 20대‧30대 사이에서 ‘현금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현금 챌린지란 매일, 매주, 매달 단위로 지출할 예산을 정한 뒤 현금으로만 생활하는 도전이다. 그리고 목적 또는 시기에 맞게 쓸 돈을 따로 모으는 ‘저축’을 한다. 매일 저축을 할 수 있고, 생활비를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는 간증이 나오면서 현금 챌린지를 시작하게 됐다.

현금챌린지 1일차. 바로 적자가 났다. 박지영 기자.

기자가 3일 간 쓸 예산은 9만원. 하루 3만원을 정해놓고 교통비와 식비 등을 해결하기로 했다. 현금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하루에 쓰던 금액에서 절반을 줄인 생활비다. 교통카드를 사용할 1만원은 빼고 식비 등 생활비 2만원, 비상금 1만원을 더해 총 3만원을 현금으로 가지고 다녔다. 현금챌린지를 시작하자마자 150원 오른 지하철 요금이 피부로 와 닿았다. 점심은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해 1100원짜리 삼각김밥을 사먹었다. 복병은 저녁약속. 외식 물가는 무서웠다. 종각의 한 타코집에서 3명이 4만6000원짜리 화이타 세트와 1만3500원짜리 엔칠라다를 시켰더니 금방 5만원이 훌쩍 넘었다. 맥주도 한잔씩 하다 보니 저녁 지출로 2만3000원을 내게 됐다. 첫 챌린지부터 예산에서 3600원을 넘겼다.

현금을 사용하니 소비를 한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저녁식사로 2만3000원을 내는데 손이 떨렸다. 박지영 기자.

어제의 실패를 만회하자고 다짐했지만, 습관은 무서웠다. 걸어다닐 일이 많다보니 물을 많이 마시는데, 집에서 물을 담아오지 않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가서 물 한 병을 샀다. 이전에는 손에 잡히는 물을 샀다면, 이제 가격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같은 물이라도 150원 더 저렴한 물(950원)을 집어 들었다. 이날 점심도 1100원짜리 삼각김밥. 조금이라도 토핑이 더 많이 든 삼각김밥을 찾게 됐다. 기사 작성차 앉을 곳을 찾아 방문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먹을 때도 기프티콘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어플을 통해 12% 할인된 가격(3950원)으로 먹었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을 따져보고 구매하게 되면서 내가 나를 스스로 절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따라왔다. 이날 쓴 돈은 6000원, 교통비 5900원을 더해 1만1900원을 썼다. 챌린지 이틀 만에 2000원 모자란 2만원을 저금할 수 있었다.

한 번 저축을 하니 작은 자신감이 붙었다. 아낄 수 있는 건 다 아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고, 집에 있던 블랙 커피 스틱도 챙겨갔다. 집에서 나갈 때는 텀블러에 물을 담아갔다. 교통비도 아껴보려고 합정에서 홍대까지 20분을 걸어갔다. 교통비 3000원을 제외하고는 무지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틀 모두 저녁은 집에서, 남아있던 냉동볶음밥으로 냉장고를 털어먹었다. 사흘 동안 쓴 돈은 5만원 남짓, 4만원 정도를 저금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현금챌린지와 관련해 2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려져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현금 챌린지의 묘미는 소비를 계획하는 습관과 저축하는 습관이다. ‘현금 챌린지’로 4개월째 현금만 쓰고 있다는 민모(35) 씨는 “카드로 생활 할 때는 아무리 계획있게 쓰려고 해도 매번 예상했던 카드 금액보다 더 나왔는데, 현금으로만 생활하다보니 절제력도 생기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소비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김예림(32) 씨도 “이전에는 카드 값이 한 달에 200만~300만원 정도 썼는데 현금생활을 하고 나서부터 한 달 100만원 안으로 쓰고 있다”며 “돈의 소중함을 알게되고 알뜰해진다. 저축하는 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현금생활 팁도 전수받았다. 이모(28) 씨는 “100% 현금을 다 쓰기보다는 현금과 체크카드를 병행해서 쓸텐데, 그렇게 하더라도 카드로 사용한 금액만큼 현금을 일주일 예산에서 빼두고 예산안에서만 생활하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전했다. 김 씨는 “저축 바인더를 너무 많이 나누지 말고 꼭 필요한 저축 바인더만 만들어서 저축을 완성하는 재미를 느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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