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64.09포인트(2.71%) 내린 2299.08로 장이 종료됐다. [연합·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강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더 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날 ‘패닉셀’에 대한 우려로 코스피 지수는 약 10개월 만에 2300선이 붕괴하며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미 나스닥 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증시가 미 증시와 마찬가지로 약세를 보이며 더 깊은 약세의 수렁으로 빠지게 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6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1.63포인트(0.76%) 하락한 3만2784.3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9.54포인트(1.18%) 떨어진 4137.23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25.62포인트(1.76%) 밀린 1만2595.61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 기준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기술적 조정 영역에 진입했으며 이날 낙폭을 확대했다. 장 막판 지수가 낙폭을 축소하긴 했으나 상승 반전에는 실패했다.
이날 역시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3분기 또는 향후 실적 우려로 인해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전날 클라우드 실적에 대한 실망에 9% 이상 하락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는 2% 이상 하락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메타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으나 주가는 3% 이상 떨어졌다. 중동 지역 불확실성으로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확대하고, 광고 매출이 둔화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장난감 업체 마텔의 주가는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연말 쇼핑 시즌에 수요 둔화를 경고하면서 7% 이상 떨어졌다.
포드의 주가는 회사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6주째 이어진 파업을 끝내기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에도 1% 이상 하락했다. 포드는 마감 후에는 발표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 이상 하락 중이다.
다만, 예상치를 웃돈 실적을 내놓은 IBM의 주가는 4% 이상 올랐고, 장 마감 후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과 인텔 역시 시간외 거래에서 각각 13%, 6%가량 상승 중이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CNBC에 “월가가 빅테크 실적에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고, 아마존과 애플도 미국의 경제 전망 악화를 고려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장 전 나온 미국의 성장률 지표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지수 선물의 낙폭이 축소된 뒤 일부 지수는 개장 후 오름세를 보였으나 곧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은 거의 5%에 육박해 경기 침체 우려를 무색게 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계절 조정 기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연율 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였던 4.7%보다 높은 수준으로 2분기의 2.1%의 두 배를 웃돈다. 이번 수치는 2021년 4분기(7.0%↑)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에도 이러한 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에 “진정한 문제는 이 추세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계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분기를 단언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투자자들은 모멘텀이 감속되는 것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미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지표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금리(Higher for Longer)”를 유지할 근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해석했다.
최근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5%의 벽을 넘어서며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을 심화시키며 증시에 압박을 가했던 미국 10년물 금리는 11bp(1bp=0.01%포인트) 떨어진 4.84%를 기록하며 증시에 가해진 하방 압력을 조금 덜었다.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점은 27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목은 전날 2300선이 붕괴한 코스피 지수가 이날 증시에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전날의 하락세에 더 속도가 붙을 지 여부에 쏠린다.
전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64.09포인트(2.71%) 내린 2299.08로 집계됐다. 지수가 2300선을 밑돈 건 지난 1월 6일(당시 종가 2289.97)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지수는 지난 20일 2400선이 무너진 뒤 5거래일 만에 2300선도 내줬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479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28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3208억원, 110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3원 급등한 136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새롭게 추가된 악재는 없지만 매크로(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이슈, 실적 등 3가지 측면에서 진퇴양난에 빠지다 보니 급락세를 연출한 것 같다”며 “2100선까지 내려갔었던 (작년) 9월 급의 ‘패닉 셀’이 떠오를 정도로 투자심리가 많이 망가졌다”고 짚었다.
이날 코스피 하락 폭은 지난 3월 14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기록한 하락률(-2.56%)보다 커 올해 최대 낙폭 기록을 경신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81개뿐인 반면 하락한 종목은 836개로 집계돼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7일 코스피 지수는 0.3~0.6% 내외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거듭되는 하락으로 국내 증시에서 우호적인 면을 찾아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마주한 긍정적 측면으로는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94배로 지난 10년 평균 10.3배를 하회하고, 주가순이익비율(PBR) 0.8배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을 제외하곤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지금은 시간과 가격을 분할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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