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MF 내년 성장률 전망 기대
주요국보다 한국 성장률 높게 평가
재평가 때마다 하향 조정은 문제
대외 상황 악화…혹독한 겨울 예상
“주요 선진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우리보다 성장률이 높은 국가는 별로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낙관했다. 정확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괜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의미다. 세계 경제가 전쟁 등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동행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도 성장 전망치가 2%대 초반인데, IMF 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웬만한 경제 규모의 국가 중에서는 2%대 초반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1.4%에서 내년 2.2%로 0.8%p 오른다는 것”이라며 “(이번 하향 조정으로) 리바운드 크기 정도를 조금 낮춘 것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리바운드를 높게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IMF가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0.2%p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추 부총리의 ‘자신감’은 IMF가 올해 대비 내년 경제성장률이 0.8%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는 대목에서 비롯한다.
실제 IMF가 주요 국가들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것을 보면 한국은 멕시코(2.1%), 남아프리카공화국(1.8%), 브라질(1.5%) 등 일부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보다 높다. 추 부총리는 “2%대 초반 성장률은 규모 있는 국가 중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1.6%, 미국 1.5%, 프랑스 1.3%, 일본 1.0%, 독일 0.9%, 영국 0.6%와 같이 IMF가 전망한 내년 주요 국가 경제성장률은 한국(2.2%)보다 낮다.
2~3%대 물가상승률도 긍정 신호 가운데 하나다. 추 부총리는 “선진국 대부분 국가가 9~10%대로 물가가 상승하고, 성장은 대개 1% 안팎”이라며 주요 국가와 비교해 물가 사정이 나은 점을 강조했다.
‘상저하고’는 없다…냉정하게 현실 살펴야
추 장관의 ‘장담’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IMF만 하더라도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을 높이거나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한국만 재평가 때마다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당장 전망치는 다른 나라보다 높아도 갈수록 성장률 전망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안팎으로 경제 사정이 모두 좋지 않다. 내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다양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 왔으나, 백약이 무효하다.
대외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코로나19 경제 봉쇄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는 기대를 밑돌고, 오히려 자국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하면서 성장 정체기를 겪는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 전쟁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수출 회복에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정부는 당장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은 없을 거라면서도 이란의 참전으로 전선이 중동 전체로 확대할까 노심초사다.
추 부총리도 나라 안팎의 불안한 상황을 꿰뚫고 있다. 그는 “국제적인 금융 불안, 국제 유가, 러·우 전쟁, 중국 경제, 반도체 경기 이런 것들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라 조금 더 빨리 터널을 빠져나가느냐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느냐, 잘못하면 구덩이에 빠지느냐 등 불확실 변수가 남아 있다”면서 “잘 피해 가면서 이 속도로 가면 3분기 바닥에서 4분기 여러 지표들이 좀 더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지 않는 봄’…세계 정세 불안 가중 대외정책 새판 짤 때 [격동의 세계 경제⑦]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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