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 시대를 예고한 가운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보스턴 칼리지대 경영학 교수가 “Fed가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26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로머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Fed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Fed는 금리인하에 착수한 뒤 1년 안에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우리는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루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Fed가 금리를 내려도 1년 안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를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것이라는 Fed의 전망과 정반대되는 의견으로, 그의 의견은 향후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로머 교수는 경제가 호황일 때 결코 물가가 내리지 않는다는 인식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가 둔화될 때만 인플레이션이 내려간다는 이론은 이제는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는 지금 당장 사실을 따져봐야 한다.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몇몇 이론 때문에 혼란을 빚어서는 안된다”고 부연했다. 미 경제가 지금은 견조하지만 조만간 성장이 둔화하는 등 상황이 반전될 수 있는 만큼 금리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많은 경제학자들은 깜짝 성장을 이어가는 미 경제가 올해 4분기에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국채금리 급등과 1년 반 넘게 진행된 긴축정책의 누적 효과 탓이다. Fed의 고금리 장기화 예고에 글로벌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16년만에 5%를 돌파했다가, 이날 기준 4.8%선으로 내려왔다. 이는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연방정부의 차입비용 확대와 함께, 가계·기업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조달금리를 높여 소비지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조치도 8월말 종료되면서 소비 위축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개인소비는 미 전체 실물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할 정도로 커 소비가 줄어들면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시장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LSEG)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이달 회사채 발행과 대출을 통해 총 700억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올 들어 최저 규모이며 이달 한 달만 놓고 봤을 때 12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기업들의 이달 자금조달건수는 50건으로 이 역시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국채 금리가 치솟은 여파다.
현재 시장은 Fed가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이달 31일~다음달 1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9.9% 반영 중이다(미 동부시간 오후 7시52분 기준). 전날(97.6%)보다 2%포인트 넘게 올랐다.
다만 Fed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금리 7% 시대”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리차드 클라리다 글로벌 경제 고문은 “미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확인되면서 Fed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야만 할 수 있다”며 “채권 금리가 이 수준에서 계속 머물면 우리는 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더욱 광범위한 영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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