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대 여학생 A양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상황을 생중계해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극단적 선택의 배경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우울증 갤러리’가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이 디시인사이드 내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며 만난 20대 남성 B씨에게 지속적으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씨는 결국 아동청소년보호법상 성매수와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데요. B씨는 가출한 A양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대신 성매수를 지시하고 성매매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우울증 갤러리’ 성착취男에 징역 4년
법원은 B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는데요. 1심 법원은 “피해자는 13세 아동으로 우울증을 앓아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관심을 갈구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상태를 잘 알면서 도와주기는커녕 성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삼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생을 마감하기 전 피해자의 마지막 문자를 볼 때 자신을 상대로 범행한 A씨에게 감정적으로 기대고 있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과 범행 경위를 볼 때 어느 사건보다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일반 형법이 아닌 흔히 아청법으로 불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한층 무겁게 처벌하는데요.
현행 아청법 제11조에 따르면 영리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형법은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를 가진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죄에 준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경찰 수사단계부터 혐의를 인정한 점 △1500만원을 공탁한 점을 양형요소로 참작해 징역 4년과 함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기관 10년 취업제한을 명령했습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 약칭: 청소년성보호법 )
제11조(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ㆍ배포 등) ①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ㆍ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일촉즉발’ 맨헤라 문화
지난 5월에도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만난 10대 여학생 2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과정을 개인 방송으로 중계하다 경찰에 인계되기도 했는데요. 이렇듯 최근 청소년의 미디어 사용이 늘어나면서 SNS를 활용한 비행과 범죄에 더욱 쉽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요즘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경의선 책거리 광장은 ‘멘헤라 공원’으로 불리는데요. 이른바 멘헤라 문화에 심취한 청소년들이 많이 모여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멘헤라’는 ‘정신건강(Mental Health)이 좋지 않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일본식 신조어인데요. 가정폭력, 집단 괴롭힘 등 어두운 과거 탓에 자기 파괴적 행동을 일삼고 타인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성향이 특징으로 여겨지는데요. 정형화된 일본식 옷차림과 화장법 등 튀는 외양으로 자신을 표현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맨헤라 문화는 ‘X'(구 트위터) 등을 통해 우리나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일부
성인들은 이런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멘헤라 청소년’을 범죄 타깃으로 삼기도 합니다. 우울증 갤러리 등 논란이 잦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애정 결핍이 심한 미소녀 멘헤라 만나고 싶다”와 같은 범죄 우려가 짙은 글들이 빈번하게 올라오기도 합니다.
맨헤라 문화는 우울증을 부추기고 과시하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자칫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맨헤라 문화에 심취한 청소년 중 일부는 데이팅앱 등을 이용해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돈을 받기도 합니다. 일종의 조건 만남인데요.
얼마 전 한 유명 유튜버가 ‘홍대 지뢰계’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멘헤라(지뢰계) 문화에 심취한 두명의 10대 여학생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데이팅 앱을 통해 30분에 35만원 정도를 번다”고 증언하는가 하면 실제 데이팅앱을 통해 성인 남성과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미성년자 대상의 조건만남은 성매매나 성착취 등의 형사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고 나아가 강간, 살인 등 강력범죄로 비화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때로는 10대 청소년들이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력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지난 16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특수강도 혐의로 10대 C군 등 5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조건만남을 희망하는 50대 남성을 유인해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리 내 여학생을 앞세워 50대 남성을 오피스텔로 유인하고 이를 빌미로 해당 남성에게서 35만 원 상당의 돈을 뜯어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C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 전원을 체포했는데요. 경찰은 공갈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갈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경우 적용되는데요. 공갈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그 범위가 넓어서 피해자가 반항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더라도 공포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면 공갈죄가 혐의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350조(공갈) ①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50조의2(특수공갈)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350조의 죄를 범한 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미성년자가 SNS를 활용해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유형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현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청소년문제 전문가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정신 질환을 일종의 콘셉트로 인정하는 문화가 해방감을 준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아이들이 왜 이런 문화에 빠졌는지 원인을 찾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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