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며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수일째 지상군 투입을 이어가 사실상의 지상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맞대응을 경고했다.
2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번째 단계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하마스의 통치와 군사력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데려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제 시작점에 서 있다”며 “지상과 지하에서 적을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이란의 지원 없이는 하마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란은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서방을 적대시하는 ‘악의 축’”이라고 비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침공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지상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강도 높은 작전을 벌인 끝에 북부 일부를 장악했다고 전했다. 전투기, 탱크 등을 동원해 대규모 작전을 벌이면서도 침공이라는 표현을 피하는 것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BBC의 제러미 보웬 기자는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역을 한조각 한조각씩 치우고(clear slice by slice) 있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중전 책임자인 아셈 아부 라카바를 제거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또 밤새 가자지구 북부의 지하 표적 150곳과 레바논에 있는 헤즈볼라 군사시설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세 방향으로 동시에 지상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적군은 막대한 군사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에 대응해 텔아비브로 로켓포를 발사했다”고 강조했다.
확전 우려는 날로 고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7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 보낸 서한에서 이란과 연계된 단체의 미군을 겨냥한 공격에 맞서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역설했다. 앞서 미군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시리아 동부 지역 시설 2곳을 공습했다. 이날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격화하는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철수령을 내렸고 독일은 확전 우려에 중동에 1000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했다.
이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5일 가자지구 측이 발표하는 팔레스타인 사망자 숫자를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점에 대해 아랍계와 무슬림 단체들이 격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무슬림 사회 지도자들을 만나며 아랍계와의 관계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무슬림과 아랍계 표가 민주당에서 이탈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무슬림 단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2020년 대선 당시 실시한 출구 조사에서 무슬림의 약 69%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