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신 기자
[한국금융신문 전한신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내부통제 이슈는 증권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라는 말이 질릴 정도다.
지난 수년 동안 증권가에서 거듭 강조하고 또 강조해온 사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부통제 문제는 개선되지 못하고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도 유진투자증권에선 내부 임원이 불법 리딩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 부문 대표가 아들이 일하는 흥국증권에 거래를 밀어주었다는 의혹을 받아 감사중이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금융당국의 기획검사에서 투자은행(IB) 본부 임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한투자증권도 본사 영업 부문 직원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과정에서 10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 터졌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 당시 내부 임원의 특수관계인이 주가 급락 직전에 특정 종목을 150억원 이상 대량 매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부서에서는 회의와 통신 기록을 누락하거나 미흡하게 기록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 발생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때에는 부실한 내부통제로 주가조작 세력의 ‘작전 놀이터’가 됐다는 여론의 질타도 이어졌다.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주요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미흡으로 지적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마냥 손 놓고 방치한 것은 아니다. 관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증권사를 불러 내부통제 강화 주문은 물론 적절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사고액은 ▲2020년 3억원 ▲2021년 212억원 ▲2022년 258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 5년동안 8개 증권사가 주식거래시 내부 통제를 위반해 적발된 사례 107건 중 형사 고발까지 간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06건에 대해선 주의경고, 견책, 감봉, 정직 등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한 내부징계만 있었다.
증권사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알려질 때마다 매번 대중들은 처벌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회사 차원에서 내부 직원 대상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개인의 일탈 하나하나를 회사가 일일이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없다”며 회사의 시스템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기보다 ‘개인의 일탈’ 문제로 치부하는데 급급했다.
물론, 내부통제의 감시망이나 허점을 잘 아는 내부 직원이 이를 악용하는 것은 잘못의 경중을 떠나서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이들이 제대로 마음을 먹고 저지른 불법 행위를 막기란 어렵다. 하지만, 증권사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도가 나날이 추락하는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견고하게 만드는 일은 시급한 과제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투자업계 라운드테이블’에서 “자본시장 제도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결과 국정과제 대부분을 완료했다. 하지만 제도개선만으로 시장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물론 시장 접점이 큰 금융투자업계 및 유관기관간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절실하다”며 “자본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자본시장의 선진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스스로가 불법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뿌리뽑으려는 내부통제 강화 등의 자정 노력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내부통제 구멍’은 시장의 개선요구에도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됐던 문제다. 이제는 자본시장의 무너진 질서와 신뢰를 회복해야 할 차례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 만전을 기하고 각 증권사는 자정 노력을 통해 무고한 피해자를 양성해 온 불공정 거래 만큼은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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