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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러시아처럼 ‘함정’ 빠지나…한국에 주는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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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단기전 목표’ 실패

예상 군사작전 늘어나는 이스라엘

“사상자, 전쟁 기간 얼마나

감내해 줄지가 중요 포인트”

(왼쪽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왼쪽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예상과 달리 장기전 늪에서 허덕이는 가운데, 이스라엘 역시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목표·수단·방법으로 요약되는 군사전략의 불균형 문제로 러시아가 어려움에 처했듯 “하마스 제거”를 앞세운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 여파도 만만찮을 거란 지적이다.

예비역 육군 소장인 방종관 서울대 산학협력교수는 최근 세종연구소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을 주제로 진행한 세종국방포럼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실패했던 이유는 군사전략과 관련한 목표·수단·방법의 불균형 문제”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지난 2000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체첸·조지아 등 △소규모 국가 대상 △소규모 분쟁 개입 ‘목표’ 하에 ‘수단’과 ‘방법’을 조정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소규모 전쟁’을 대비해 온 러시아가 체첸보다 영토는 45배, 인구는 30배에 달하는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단기전 계획이 어그러지자 군사 작전 범위를 동부·남부 지역으로 축소하고 동원령을 내렸다.

방 교수는 “결국 목표를 줄이고 수단을 보완함으로써 불균형을 줄여낸 조치의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한 건물 인근이 불에 타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한 건물 인근이 불에 타고 있다. ⓒAP/뉴시스

목표 설정은 이스라엘이 마주한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는 게 방 교수의 진단이다.

방 교수는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이 시작되느냐,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 가자지구 전 지역을 점령할지 일부 지역을 점령할지, 또 영구 점령할지 일시 점령할지,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목표는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라고 밝혔다며 “처음에는 군사 작전 기간을 2개월 정도로 이야기하다가 3개월까지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준비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전쟁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을 거란 관측이다.


방 교수는 “이스라엘군이 가장 잘 훈련되고 장비된 군대임에 틀림이 없다”면서도 “(하마스 제거 작전은) 어떤 작전보다도 어려운 작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스라엘군 지휘부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과거 미군 작전 사례가 보여준 장기전 가능성 △과거보다 높지 않은 전쟁 지지 여론 △이스라엘 전쟁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사상자 발생 가능성 등을 이스라엘 지휘부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거란 지적이다.

실제로 미군은 과거 이라크 모술 작전 기한을 3개월가량으로 예상했지만, 10개월에 걸쳐 작전을 벌여야 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 내부 여론도 녹록잖은 상황이다. 현지 매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상전 지지 여론은 65%로 집계됐다. 지난 2006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앞둔 시점보다 약 25%p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헤즈볼라와의 전쟁 당시 발생한 이스라엘 사상자 규모 등을 감안하면, 지상전 돌입 시 최대 8000명가량의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할 거란 관측이다.

방 교수는 “이스라엘 (국민)이 사상자를 얼마나 감내하고, 전쟁 기간을 얼마나 감내해 줄 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폭발과 그에 따른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2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폭발과 그에 따른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우리 군의 군사적 목표를 ‘단기전 승리’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 교수는 “한반도는 좁은 지역에 엄청난 군사력이 있다”며 “민간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전쟁은 단기간에 끝내야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감안해, 초기 작전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작전계획으로 남한 점령을 언급한 데다 기습 공격, 특수부대 침투 등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초기 작전 성패가 전쟁 향배를 가를 수 있다는 평가다.

방 교수는 “개전 초기에 발전 기지를 정밀 타격하고 침투 수단을 격멸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우리 후방 지역으로 이동하는 특수부대를 격멸하려면 육해공의 다양한 전력을 운용해 합동 작전으로 격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발생하는 (북한) 기습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긴밀한 협조와 팀워크가 필요하다. 그런 훈련을 앞으로도 더 실전적으로 해야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19 남북 군사합의 여파로 훈련에 제한이 생긴 만큼, 관련 대응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군사합의로 어떤 훈련 제한 지역이 형성되면 현지에서 아주 밀도 높게, 적절한 주기로, 실전적 훈련을 할 기회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그런 것들이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2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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